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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장편의 지층을 품으면-조해진, <산책자의 행복>

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 리뷰

by 박둥둥


밀리에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있어서 2016년도 작품집을 읽었다.

대상을 받은 조해진의 <산책자의 행복> 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를 좋아했던 이유 그대로 좋아하게 된 작품이었다. 우리가 숨 쉬는 지금 이 현재는 사실 여러 겹의 과거가 겹쳐져 함께 흐르고 움직이고 아파하고 변화한다는 것.


여러 색깔의 오래된 지층더미를 단편이라는 제한된 분량 안에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비유와 상징, 생략과 은유까지 자제하면서 평범한 독자들도 쉽게 소설의 세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건 더욱 그렇다. 수치화할 수 없는 문학에서 어느 작품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건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이런 핸디캡을 두고도 완성되었다는 것이 <기사단장 죽이기> 보다 나은 작품으로 느껴졌다.


살고 싶은 욕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 작품이 표현하는 시간의 흐름이 시작되는 곳에 이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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