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계속 이삿짐 정리하느라 별로 외출을 안했지만 오남(Onam, 추수감사절, 울나라의 추석과 비슷)이라고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벌써 아파트로 이사온 8월 말부터인가 오남 축제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새벽에 먹구름이 끼더니만 가랑비가 추적추적... 새벽 걷기에 못나갔다.
집에 찾아보니 여기저기서 받은 컵이 아주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컵에 사탕이랑 호두 몇개씩을 넣어서 경비원들에게 주려고 준비했습니다. 도데체 남편이 아침에 나가면 저녁 늦게 들어오니 선물을 준비할 틈이 없고 20여일 내팽개쳐졌던 짐들 정리로 바쁘다보니 혼자서 나가기가 안되더라고요...
아침 8시반에 아파트 정문에 오는 생선장수 아주머니에게는 인도제 작은 칼을 선물하고자 준비했습니다. 예전에 보니 큰 칼로 새우 내장을 제거하는데 아주 웃겼거든요... 나간 김에 새우 200루피어치, 병어는 작은데도 한마리에 100루피씩 한다고 해서 새우만 사갖고 왔지요.
화창한 오후... 아파트 입구에서
회사에 간 남편이 12시 반 쯤에 차를 보내겠으니 오남 점심을 같이 하자고합니다. 좋지요~
얼른 준비해서 회사로 왔더니 꽃장식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로비에 두가지 꽃장식을 하고 있더군요. 한쪽은 좀 심플하니 끝마쳤고 다른 한쪽은 뭐그리 난해하게 만드는지 여러 색깔의 꽃들로 화려합니다.남편의 입김이 들어간 작품이랍니다.ㅎ
오남 축제시 중요한 행사중의 하나인 꽃장식은 Pookalam 이라고 합니다. 듣자니 많은 꽃들은 타밀나두에서 가지고 온답니다. 먹거리는 케랄라, 먹거리 외는 타지역에서 생산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고로 케랄라에서 반도체 PCB생산시설을 가진 Systrome은 대단하다고 자랑하더라고요!
남자 직원들은 다도티라고 하는 흰색이나 미색천을 둘렀고 맨발입니다만 남편은 캐쥬얼하게 입고 도티를 안걸쳤더라고요. 이제 알았으니 내년부터는 도티를 찾아서 입혀보내야겠습니다. 여자들은 미색 사리를 주로 입고 있었고 젊으니까 모두들 보기 좋더라고요.
그리고 누가누가 잘했나설문조사를 하고 작은 선물꾸러미를 나눠줍니다. 튀긴 바나나와 약간 단 튀긴 약과 같은 것이에요. 다들 열어서 나눠 먹더라고요. 저도 맛보았습니다. 맛있는 케랄라의 대표적 간식거리 랍니다. 그리고 위의 식당으로 올라가서 준비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바나나 잎사귀 위에 놓여진 20여개의 카레및 반찬들은 케랄라 여인들의 명절에 힘든 우리네 며느리를 연상케 할 정도 입니다만 다들 즐거워하면서 손으로 손으로 집어 먹습니다. 저도 대담하게 손으로!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지난번 7월에 모 레스토랑에서 케랄라 전통음식이라면서 전격 손으로 먹은 뒤로 두번째 경험입니다. 음식의 맛이 너무 튀지 않아 마일드해서 맛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가져다 밥위에 올려 비벼서 먹는 맛이 참 색다르면서 기분이 으쓱해집니다.
여자들 먼저 밥먹으라해서 먼저 먹다보니 모든 여직원들의 시선이 저에게 쏠렸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이것 저것 먹으면서 다 비웠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국비슷한 것과 디져트를 나눠줍니다.디져트도 3가지 잎사귀 위에 부어주기에 손으로 어찌어찌 담구거나 건져서 먹었습니다.ㅎ
남편 사무실로 가서 오늘의 스토리를 적으려고 하다보니 또 미팅이 시작된다고 해서 리셉션에 가서 조용하게 글을 쓰고 했습니다. 새벽녘에 비가 오는 듯 했는데 날씨가 화창하니 참 좋더군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기분을 맛보았고 점심 먹으면서 색다른 경험을 한 것입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신나는 연휴입니다. 집에 못 가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계속 게임도 하고 놀았다고 합니다. 저는 집에 일이 많으니 그냥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