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한한 이벤트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같이 사는 여자가 물었다.
“정치인들은 왜 전통시장을 좋아하지?”
질문의 의도는 알았지만 교정은 필요했기 때문에 까칠하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되물었다.
“전통시장을 좋아하다니? 좋아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거겠지.”
“그 말이 그 말이지. 왜 유달리 전통시장 활용을 즐기느냐고요오
~~”
그 말이 그 말은 분명 아니다. 활용하는 걸 좋아하는 거라 말하다 보면 의식마저 바뀌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쩌구저쩌구 늘어놓다 보면 본질이 흐려질 게 뻔하다. 중요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몇 가지 정리를 해봤다.
선거의 계절에 전통시장이 뜨는 이유 몇 가지.
우선, 사람이 많이 모이기 (혹은 많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대의 도시인들은 전통시장보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쩌면 다른 이유들이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전통시장은 골목이 좁고 길어서 이미지의 가성비가 좋달까. 많은 사람들, 부대낌, 운집 같은 이미지 연출이 쉽달까. 사진과 영상 연출을 위한 최애 장소인 것은 확실하다.
서민적인 이미지도 한몫 할 것이다. 가장 저렴하다 싶은 음식, 가장 대중적인 음식, 가장 소탈해 보이는 음식을 먹고 주부들처럼 장을 보는 퍼포먼스에 제격이다. 대략 떡볶이와 순대, 국밥과 국수 같은 것들이 여기에 등장한다. 자장면은 입모양이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기피하게 되고 회처럼 비싼 음식, 차가운 음식은 피할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소박한 대화를 하고 최대한 많이 웃는 모습을 영상에 담기 위한 열혈 연기를 선거의 백미로 볼지, 백태로 볼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수비적 입장도 있다. 지역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가지 않으면 왠지 ‘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전통시장, 특히 도시의 전통시장에 사람이 몰리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다. 인파들 너머 어느 한켠에 큰 광장이 있고, 먼 동리에서 달려온 이들이 까치발 딛고 귀를 기울이던 시절은 진즉 사라지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찾는 선거 퍼포먼스가 계속 진행 중인 게 놀라울 지경이다. 이 희한한 이벤트의 수명은 10~20년 남짓으로 추측된다. 선거가 끝나면 전통시장은 시들해질 것이다.
연극이 끝난 뒤와 선거가 끝난 뒤는 풍경이 같다. 감동적인 연극이 될지, 허탈한 연극이 될지는 역시 관객의 선택이다. 좋은 작품을 바라듯이 좋은 투표들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