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전문직을 때려치운 이유
왜 그 좋은 일을 그만두냐고 물으신다면,
왜냐하면.
행복하려고.
행복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대답하면 그다음으로는 으레 이렇게 물어왔다. 아깝지 않냐고. 맞다. 아까웠다. 아까워서 지금까지 꾸역꾸역 해온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하지 않는 게 나를 위한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과교정과'라는 과목을 전공했다. 수련을 마치고 10년 정도 치과의원에서 삐뚤삐뚤한 치열을 교정하는 진료를 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직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치과 진료 외에는 달리 할 줄 아는 일도 없었고, 다른 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진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필자의 성향과 참 맞지 않았다.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어서, 평소에 작은 일에도 마음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환자분들이 많은 비용과 기간과 수고로움을 들여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아 교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명 한 명의 결과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매일 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만성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니 주변에서도 많이 걱정할 정도였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정말 행복하지 않았다. 내 수명을 갈아 넣어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일을 왜 해야 할까? 결국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돈을 많이 벌어야 할까. 돈이 많으면 좋은 동네에 큰 집, 비싼 차, 맛있는 음식. 풍요로움을 누리면서 돈 걱정 않고 살 수 있다.
왜 그런 것들이 필요할까.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행복하려면,
그냥 치과의사를 하지 않으면 되었다.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쓸 필요가 없었다. 돈을 못 벌어도 그냥 걱정거리 없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했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집값이 저렴한 지방으로 이주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대신 삶의 규모를 줄이고 소비를 최소화하며 살고 있다. 이곳에서 나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일이 가져다주는 것이 돈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덜어주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어려운 진료를 해내면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자신의 일에 애착과 욕심을 갖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임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영혼이 없이 병원을 오가는 사람이었다. 병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어떻게 환자를 모을지, 어떻게 진료 영역을 넓힐지에 대해 도통 관심이 없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니 끌려다니기만 할 뿐 스스로 이끌어가며 주도적으로 일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일을 그만두고 난 후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훨씬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몰입하게 된다. 무언가를 일구어 내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재능들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삶의 모양새가 있다. 치과의사로 평생을 사는 것 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20,30대의 소오중한 시간을 주어진 길을 가느라 고군분투하면서 보냈다. 그러니 앞으로 더욱 오래오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에 충실하게 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