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을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이 곡을 데이빗 보위보다 먼저 발표하면 어떨까?’ '오아시스가 없어진다면 그 곡으로 내가 스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스크린에 올린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예스터데이>다. 그것도 우리의 영원한 전설인 비틀스(The Beatles)로 말이다.
전 세계에 정전이 일어난 뒤로 팝 역사상 최고의 아티스트인 비틀스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유일하게 비틀스의 음악을 기억하는 잭(히메쉬 파텔)이 비틀스의 명곡들을 대신 부르게 되며 엄청난 스타덤에 오른다. 보잘것없는 무명 가수였던 잭은 고대하던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성공가도에 오르지만, 거짓을 일삼는 자신의 삶에 고민하고, 엘리(릴리 제임스)와의 관계도 무너지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스라는 뮤지션을 소재로 선택한 것 자체가 영화가 포괄하는 관객의 폭을 최대한으로 설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단순한 플롯과 함께 코미디라는 장르가 사랑 이야기와 함께 버무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실없는 웃음을 유발하며 관객의 반감을 사기도 하고, 설득력 없는 관계의 줄다리기가 극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루함을 가져오기도 한다. 거기에 콘서트 장면에서 엘리를 향한 고백 장면 같은 부분에서는 연출 자체의 진부함까지 더해주기도 한다.
반면에, 비틀스의 곡 사용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곡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She Loves You', ‘A Day In The Life', 'Here Comes the Sun', 'Ob-La-Di, Ob-La-Da', 'All You Need Is Love' 등 잭의 상황과 심경의 변화, 엘리와의 관계에 따라 여러 곡을 가사에 맞게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특히 ’Eleanor Rigby', 'Penny Lane', 'Strawberry Field Forever'의 가사를 기억하기 위해 리버풀로 여행을 가 기억을 짜내는 장면은 마치 성지순례를 다니는 비틀스 팬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성공을 갈망하며 부르는 에드 시런의 투어에 처음 따라간 모스크바에서 부르는 ’Back in the U.S.S.R.’나 거짓된 성공과 릴리의 태도로 인한 괴로움을 표현한 ‘Help!'는 긴밀하게 가사와 스토리를 연결한 곡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사용이었다.
한편, 후반부에 영화의 힘으로 잭이 존 레논과 만나는 장면은 관객들의 뭉클함을 자아낸다. 성공으로 인해 불행한 삶과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존 레논 대신에, 평범하게 살아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노년의 행복한 존 레논의 모습을 등장시킨다. 그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키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영화에서만큼은 편안한 그의 모습에 관객들이 안도하도록 만들고 있다. 동시에 결말을 비틀스가 없는 세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끝냄으로써 그가 영화에서만큼은 끝까지 행복하게 살도록 완성한다. 영화 내에서 가장 섬세하고 애정이 가득한 장면이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스의 전기를 영화화한 것이 아닌, 단지 비틀스의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비틀스의 음악이 나온다고 영화가 꼭 예술적으로 훌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틀스가 사랑을 받은 것은 음악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많은 이들이 쉽고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나, 결국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 영화에서는 최대 다수의 최대 만족을 이끌어야 한다. 그 덕목을 고려한다면 이토록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스터데이> 야 말로 꽤 의도대로 완성된 영화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