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가 브랜드로 탄생한다면
레퍼런스 혹은 케이스 스터디는 마케터에게 소비의 좋은 핑계가 되곤 한다. 콜린스 인센스 역시 공부라는 핑계 덕분에 산 물건 중 하나다.
콜린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홀더가 필요 없는 인센스라니? 케이스가 인센스 트레이가 되고 클립이 홀더가 된다니. 인센스를 사두고는 막상 마음에 드는 홀더를 사지 못해 몇 달 동안 쓰지 못하고 있었기에 제품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작지만 큰 한 끗 차이를 만든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일까?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센스가 유행이기는 했지만 인센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은근히 준비물이 많이 필요했다. 인센스, 불을 붙일 수 있는 라이터, 인센스 홀더, 그리고 환기를 시킬 충분한 공간까지. 별것 아닌 것들처럼 보여도 은근하게 인센스를 소비하는 데에 있던 장벽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콜린스 인센스 하나로 해결이 된다. 제품의 한 끗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더욱이 마음에 들었던 건 콜린스의 광고였다. 자신의 제품의 장점을 내세우기 앞선 자극적인 광고 글들 속에서 콜린스 광고는 오히려 마치 한 편의 편지 같았다.
그렇게 '글을 잘 참 쓰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제품을 만든 인센스 브랜드' 정도로 머릿속에 각인된 채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좀 더 콜린스라는 브랜드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고 빠지게 된 것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레퍼런스를 찾을 때였다. '당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모든 순간을 도울게요.'라는 브랜드 메시지가 친구들과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브랜드 메시지, 가치와 굉장히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레퍼런스로 삼기로 좋을 것 같아 디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콜린스의 팬이 되어버렸다.
시작은 인스타그램이었다. 우리 인스타그램 운영 아이디어를 얻을 겸 들어간 콜린스 인스타그램 계정은 영감 가득한 곳간이었다. 신제품 출시, 이벤트, 브랜딩 메시지, 비하인드 스토리 등 큰 틀에서는 분명 다른 브랜드와 다를 게 없는 카테고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 콜린스다웠다. 남들이 다 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내며, 작은 디테일이더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곡차곡 소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를테면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제품의 가치를 말하는 진심이 담긴 (좋은) 글들,
'사용방법 안내'라고 말하는 대신에 '분위기를 즐기는 일에 많은 단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표현하기.
'축 *오백만* 개 인센스 판매!'라고 표현하는 대신에 '오백만 번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을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기. 나아가 오백만 중 하나인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개인이 즐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한 번의 순간'을 존중하기에 오백만 보다 '더 좋은 1'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하기.
하나하나 공들여 진심을 담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감탄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다 어느새 브랜드를 디깅 하는 좋은 방법은 직접 소비자가 되는 것이라는 핑계로 집에 인센스가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센스 세트를 구매하게 된다.
그리고 구매 과정에서 또 한 번, 콜린스의 디테일에 놀라게 되었다. 이미 어느 정도 콜린스에 대해 알게 된 상태였기 때문에 제품을 직접 쓸 일만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구매 경험 내내 '와 여기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카카오톡 메시지의 멘트 하나하나까지 콜린스 다운 말투와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점에서도 놀랐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스몰 브랜드들은 카카오톡 메시지는 평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송이 완료되고 나면, 단순 배송 완료 문자가 아닌 같이 들을만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추천해 주는 디테일까지 참 세심하고 한결같다고 느껴졌다.
또 감동을 받았던 지점은 첫 구매 고객에게 편지 형식의 안내문이 동봉된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매 횟수에 따라 맞춤형 메시지와 쿠폰을 제공하고, 다섯 번째 만남에는 선물이 있다는 편지까지. 나의 구매 횟수를 이렇게 세심하게 트래킹 하고 그에 따라 다른 인사말을 건네준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고객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구매 횟수나 금액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할인을 해주거나 선물을 주는 등 혜택을 주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도 하는 CRM 마케팅인데, 같은 마케팅 캠페인이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매거진 B 편집장은 좋은 브랜드란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A라는 이름은 왜 그렇게 지었는지, 이런 프로젝트는 왜 하는지 등등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야말로 좋은 브랜드라고. 그러한 면에서도 콜린스는 좋은 브랜드이다. 모든 것에 이야기가 넘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콜린스'라는 브랜드 이름부터 그렇다. 이 이름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까지 갔지만 우주선을 지키느라 내리지 못한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안타까워했지만 막상 그는 오로지 혼자 있던 그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브랜드의 이름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온전한 나만의 순간을 '콜린스 모먼트'라고 이름 붙인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디렉터 노트나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도 콜린스의 이야기는 넘쳐난다. 제품 기획 의도, 영감을 받은 곳, 심지어 사용설명서를 '7번' 접게 되는 것이 어려운 이유까지 이야기한다. 마치 맛집 사장님에게는 어디에서 따온 야채를 쓰고, 왜 이런 양념을 쓰는 등,, 그 집의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게다가 콜린스가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본격적으로 제품을 제작하기 전, 8개월 동안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주제로 인스타그램에 이야기를 업데이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 브랜드의 진심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는 며칠 간의 디깅과 한 번의 구매만으로 금세 콜린스의 팬이 되었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콜린스의 팬이 된 것에 많은 이유를 붙일 수 있겠지만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소한 디테일에도 세심하게 마음을 담는 진심 어린 태도가 아닐까?
고객에게 제품을 구매하라고 홍보하는 말이 연인에게 쓰는 러브레터 같이 느껴지려면 얼마나 깊은 진심과 고민의 과정이 있었을까. 앞으로 콜린스의 인센스를 태울 때마다 작은 부분이라도 나답게, 진심을 담아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