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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Jan 09. 2020

나를 갈아 너를 만든다

임신9주차에 입원이라니


임신 9주 4일차. 3-4일에 한번꼴로 입덧수액을 맞으러 병원에 다닌지 언 3주차이다. 어제는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토를 했고, 역시나 먹은게 없으니 노란색의 위액과 초록빛을 띈 담즙, 그리고 피...가 나왔다.


 간호사들이 겨우 도와줘서 진료실에 앉았더니, 의사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입원을 권유했다. 그렇잖아도 이제는 수액을 맞아도 유효기간이 1일인지라, 매일 와도 되겠냐고 물어볼 참이었는데 입원이라는 방법이 있었구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마르고 갈라졌다. 입원복으로 갈아입으며 오랜만에 환한 조명에서 내 몸뚱이를 봤는데, 살결이 가뭄과 같이 갈라져있었다. 수분 섭취를 못하면 이렇게 되는거구나. 얼굴엔 뾰루지가 벌써 열개도 넘게... 하아ㅠ

요즘은 부모에게서 방치된 아이들을 보면, "저들의 부모는 임신이 별로 안 힘들었나", "애를 대충 쉽게 낳았나? 어쩜 애를 저렇게 버려두지?"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것은 -승-전-임신으귀결하는 나의 관심사...

내가 하루에도 수어번씩 임신을 후회할 정도로 힘들어서 그런지, 이렇게 열달을 참아서 낳았는데 아이가 어긋나면... 아 상상만 해도 싫다. 나를 갈아 너를 만들었는데...

아이를 보면 바로 사랑할 수 있을까? 아이의 웃음을 보면서, 내 입덧고통은 기꺼이 감내할만한 것이었다고 그때가서 미소지을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태명도 아직 안 지었다. 그런걸 생각할 여유가 1도 없다는 것이지. 아파죽겠어서 내 몸뚱이도 겨우 가누는데 뭘.

짝꿍이 지금처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주지 않았다면 벌써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나 먹으라고 양배추와 흰죽을 쑤어놓고, 저녁에 퇴근해서 오면 또 나 먹을 죽부터 챙긴다. 요 한달간 짝꿍의 저녁식사는 내가 남긴 음식들이었다. 내가 한두숫갈 먹다가 토를 하면, 그 나머지 음식을 짝꿍이 먹었다. 내가 냄새에 민감해졌다고 본인도 덩달아 단백한 것만 먹는다. 본인이 밥 먹는 중에도 내가 토를 하면 와서 등을 두드려준다.

반대 상황이었으면 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벌써 진작에 관두자고 했을것 같다. 받는것 하나 없이 늘 주기만 하는 짝꿍에게 너무 미안하다.

짝꿍이는 정말 좋은 아빠가 될것 같다. 나와 다르게.

내가 '우리 그냥 Dink족 할까?'라고 했더니, "임신이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이건 축복이야, 조금만 더 힘내보자" 라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몇배로 '힘들어질 것이다'라고만 얘기하는 내게, 짝꿍 아이를 낳으면 몇배로 "행복해질" 일들만 나열해준다.


난 점점 자신이 없어지지만...

이렇게 또 슬픈, 임신 9주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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