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한테 이러쿵저러쿵 조언하지 마세요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알콩달콩한 부부들이 자녀를 갖게 된 이야기를 보게 되면 나도 조금 힘이 날까 싶어서 임신 초기에 '난다'의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읽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저자의 이야기가 별로 와닿지 않았다. 저자처럼 아이를 마음 놓고 기다리기엔 매일 내 목숨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태였기 때문에...
임신 6개월차, 여전한 입덧 속에서 '과연 이렇게 해서라도 애를 낳는 것이 맞는가...'를 고민하는 나에게, 난다의 또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거의 정반대의 행복>
자녀를 갖는 것을 이보다 더 탁월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까?
사실 자녀를 갖는 것이 '더' 행복할지는 모르겠다. 자녀가 없는 나의 삶도 충분히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자녀를 갖는 것은 '새로운' 행복일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자녀가 없을 때에는 '문명의 행복' 이었다면, 자녀가 있으면 '원시적 행복'을 느낀다는데, 정말 그럴 것 같다.
여행을 가고, 무언가를 성취하고, 취미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작은 생명체가 딸꾹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빵빵 터지고, 나에게 '마마' 라고 부르기만 해도 엄마 미소가 나오게 될, 그런 원시적 행복 말이다.
물론 원시적 행복은 길게 가지 않겠지만 -_- 그 원시적 행복이 가실 때쯤, 나는 다시 나대로의 문명적 행복을 찾아 떠나야지.
그리고, 여전히 고통받는 임산부로써, 이 책에서 가장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
"진정한 태교란 남들이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임산부 열받게 하지 않기"
임산부는 뱃속에 태아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24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태아는 24시간 내내 성장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 몸의 자원을 어찌나 끌어다 쓰는지 아침마다 빈혈기에 휘청거린다. 게다가 이제 30cm에 육박하는 태아 때문에 위가 눌려서 속이 쓰리고,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고, 자다가 쥐가 나서 깨는 등 다양한 진통이 추가되고 있다. 나 돌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태교하라 마라 그러는지 원.
하지만 이렇게 고통받는 임산부를 돌보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임산부에 대한 언어는 없고, 아직 보이지도 않는 뱃속의 태아에 대한 '미화된' 언어만 난무한다.
나 역시 임신을 기다려왔고 계획했었기 때문에,
임신에 대해서 하트뿅뿅♥ 설렘가득~한 예쁜 말만 하고 싶었고, 또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될것 같다. 그것은 그저 "모성신화" 속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포기하고, 나라는 사람이, 나라는 여성이 그저 "태아 키우는 몸뚱이"로써만 기능하고 "애엄마"로써만 자리매김하도록 하려는 잔혹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그러니 임산부의 진료비가 보험도 안되는 이 나라에서,
임산부의 병원진료를 피부과나 성형외과 수준으로 마구 가격을 후려치며 임산부를 호갱 취급하는거겠지.
임신은 중노동이고 임산부는 환자라구요... 나부터 안 아파야 태교도 가능한것.
태교 타령할 시간에, 임산부에게 처방 가능한 약들이나 빨랑빨랑 출시시켰으면 좋겠다.
맨날 "태아한테 안좋아~"라면서 약 안 주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