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미화하고 참으라고만 하지 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암도, 에이즈도 고치는 이 세상에, 입덧 하나 못 고친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못 고치는 게 아니라 안 고치는 것이다. 다들 10개월만 견디라며. 옛날에도 다 그렇게 견뎌왔다며. 세상에나, 그러니까 옛날엔 무식하게 견디다가 죽기도 한거야. 약을 개발하면 되지 왜 자꾸 참으래?
다행히 몇 년 전에 입덧약이 출시되긴 했다. 그럼에도 많은 임산부들은 ‘혹시나’하는 죄책감으로 약을 가급적 안 먹으려 한다. 나? 나는 진작에 하루 최대 복용량 4알을 먹고 있다. 그거로도 부족해서 임산부에게 다소 위험등급(B등급)인 항구토제도 하루 6알 먹는다. 그 외에, 위경련 치료제와 위 보호제까지 하루 6알... 이 약도 소용이 없던 시절에는 입원을 해서 수액으로 칼로리를 보충했다.
나는 죄책감이 하나도 안 든다. 내가 살고 봐야지, 내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제동물도 만들어지는 세상에, 인공자궁은 또 왜 안 만들어지는가? 왜 여자라는 이유로 10개월간 무임금고통을 주는지 모르겠다.
나의 10개월치 고통... 임신으로 인해 일을 중단하게 된 것까지 생각했을 때, 인공자궁이 있다면 몇천만원이라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모유수유도 일찌감치 포기했다. 요즘엔 초유만큼 좋은 분유가 많다고 하니, 굳이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겠다.
너무 많은 모성 신화가 ‘엄마’들을 괴롭힌다. “임신 중에는 애 생각해서 약 먹지 마”라는 말 외에도, “모유가 좋아”, “제왕절개는 안 좋아”, “엄마랑 애착육아가 중요해” 등등..
다 ‘엄마’를 가두려고 만들어진 근거 없는 신화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과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굳이 출시된 약을 안 먹을 필요도 없고, 모유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분유도 잘 나온단다. 자연분만하겠답시고 기약 없는 고통을 겪고 싶지도 않고, 제왕절개 해서 10분만에 뚝딱 애를 꺼내고 싶다. 애착육아는 엄마 말고 아빠랑 해도 된다.
내 마음이 편해야, 내가 건강해야 육아도 잘 되는 법이다. 나를 희생시키면서 아이를 키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코끝 찡-하게 만들면서 적당히 미화시키고, 그래서 '엄마'란 원래 고통받는 존재이고 엄마의 고통에 대한 대책 마련은 전혀 없이,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는 모성신화, 너무 싫다.
임신은 엄청난 중노동이고, 이걸 10달 내내 꾸역꾸역 해내는 임산부는 환자이다. 임신 중에 생기는 입덧 뿐 아니라 속쓰림, 환도선다, 미식거림, 다리에 쥐남, 임신소양증 등등.. 임신 중에는 정말 많은 고통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은 '임산부가 으레 겪는 일'이라고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치료 방안을 속히! 개발해야 할 질병으로 다루어주어야 한다.
나는 모성신화를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