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지 정하기, 비행기 고르기
아이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 - 아이와 멋지고 즐겁게 해변을 거닐고, 수영도 하고 박물관에서는 그림 이야기도 해 주면서 같이 길도 찾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박물관, 미술관을 가든 아이는 빨리 나가자고 했으며, 길거리에 줄을 맞추어 다니는 파리의 개미에 더 관심을 보였고 힘이 들땐 찡찡거려 업고 다녀야 했다. 기껏 골라서 간 음식점에서는 '못 먹겠어' 라고, 가끔은 언제 집에 가냐고 아빠는 더 있다가 올거면 자기만 공항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기도 했다.
상상 여행은 금새 현실의 고달픔 되고 어떨땐 나조차도 당장 공항으로 가서 여권을 던지며 "한국행 비행기표. 제일 빠른 걸로!" 하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이와 여행을 한다면 먼저 아이가 아이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부모의 여행이 되지 않아야 한다.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면 이제 여행지 정하기, 비행기 고르기, 숙소 정하기, 아이 짐 꾸리기 등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1. 여행지 정하기
- 아이와 둘이 가는 여행이라면 여행지를 고르는 일이 거의 절반이다. 여러 아이들에게 다녀온 여행지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잘 대답을 못한다. '어디 였더라...그 큰 꼭대기에 올라갔어요'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의 여행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여행에서 아이는 동행자일 뿐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지를 고를때는 아이의 성향, 나이, 관심사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아이의 나이가 어리다면 휴양지 해변가나 리조트의 물놀이 슬라이드에서 끄라비 홍섬이나 쁘랜띠안 섬에서 그네도 타고 스노클링, 모래 놀이 위주로 가도 좋겠다. 아이의 성향이 보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볼 거리가 풍부한 곳을 가도 좋겠다. 그 나라의 재래 시장, 유명한 유적 관광지, 캐나다의 자연이 담긴 록키산맥, 인도의 다르질링에서 보는 칸첸중카의 일출, 앙코르와트의 일몰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여행지는 부모가 고민해서 결정하겠지만 아이가 초3이상이라면 이제는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나라가 가 보고 싶은지. 어느 여행 도시를 가 보고 싶은지. 아이가 먹어보고 싶은 것. 책에서 본 것을 실제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은 어딘지.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 했던 곳은 안네의집, 천지창조 그림, 피사의 사탑이었다. 안네의 집에서는 아이는 도무지 입을 쉬지를 않았다. 책에서 본 것들과 똑같다며 안네가 무슨 말을 했고 그 집에 살았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조잘 거리는 아이를 조용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루브르나 오르셰미술관에서 그림을 도데체 왜 보냐며 투덜거리던 아이가 천지 창조 그림은 유심히 앉아서 보았다. 여행을 떠나기전 미리 미켈란젤로전을 다녀온 덕분이었다.피사의 사탑은 아이가 먼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보자고 하였다. 아직도 피사의 사탑을 오르면서 몸도 같이 기울어지던 생생한 경험을 곧잘 이야기 하곤 한다.
다음 여행을 떠난다면 아이에게 여행책을 같이 보자고 할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기전엔 하다 못해 쿠키런 어드벤쳐 로마편이라도 보여주었다. 테베레 강을 건너 산탄젤로 성 천사의 성을 보면서 그 만화를 떠올리며 성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이가 가고 싶은 도시, 아이가 가 보고 싶은 곳을 함께 이야기 하고 결정할 것이다. 다음은 런던에서 아이는 빅벤과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스페인에서는 투우와 플라멩코를 보고 싶어 했고 프라하에서는 까를교 다리를 보고 싶어 했다.
2. 비행기 고르기
- 비행기 고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겠지만 가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시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비행기이다. 대개 현지 시각으로 밤 늦게 도착하는 비행기가 많은데 이는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도착해서 바로 잠들어야 하는데 시차 적응으로 하루 이틀은 현지 여행지에서 새벽에 깨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까운 동아시아라면 가급적 오전 12시 이전에 출발하는 비행기, 유럽이나 먼 거리로 간다면 저녁 밤 10시 이후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현지 도착 시간이 오전인 경우가 많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도착한 날 바로 여행을 시작해서 피곤한 상태로 밤에 잠들었기에 시차 적응 어려움이 적었지만 로마에서는 시차 적응에 이틀 이상 걸렸다. (아이가 장거리 비행을 힘들어 한다면 하루쯤 스탑 오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 환승 호텔을 제공해 주는 항공사를 골라야 한다. 이건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 아이가 심심해 할 수 있으니 장난감이나 책을 미리 챙겨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경우는 영화보고 게임하느라 잠을 안 자다가 기내식도 못 먹고 지쳐 쓰러져 자는 바람에 맨 마지막으로 업고 내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노이 공항에서도 그랬고 로마 공항에서도 아이를 업고 내렸다. 기내식 카트가 바로 앞에 왔는데 잠들어 곯아떨어져서 배를 곯려서 다니기도 했다. FSC항공의 경우는 아이 장난감이나 아이 전용 여행 파우치를 제공하지만 LCC 항공의 경우는 일절 제공되지 않으므로 이것도 비행기 선택에 중요한 요소이다.
초등학생 1학년 이상이라면 굳이 차일드 밀은 신청하지 않는게 좋다. 차일드 밀엔 대개 스파게티, 미트볼, 감자와 소세지, 과자, 초콜릿, 음료, 치즈 등이 들어 있다. 초등학생부터는 일반 기내식이 아마 더 입에 맞을 것이다. 차일드 밀을 신청했다가 맛이 없다고 먹지 않는 아이 덕분에 바꿔서 먹은 적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