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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의선물 Jul 23. 2018

피렌체 동네 슈퍼마켓에서

 - 현지인들의 삶을 엿보다

피렌체에서의 3박4일.
숙소가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머무는 두오모 근처가 아닌.
역에서 22번 버스로 25분쯤 떨어진
현지인 아파트 지역에 머물렀다.  수많은 관광지와 유적지 인근에 쌓인 인파들에서 벗어나

우리가 동경하는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이 궁금해진 까닭이었다.


숙소 바로 앞은 버스 정류장이어서 계획했던 곳들을 돌아다니다가

저녁때즈음 돌아오다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동네 슈퍼가 있었다.

말이 슈퍼마켓이지 여행자의 눈으로 본 그것은 내 관녀속 동네 슈퍼마켓은 아니었다.

우리는 식당이나 서양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햄, 치즈, 피자 등을 파는 가게였으니 말이다.


나도 맥주 한병을 살 겸해서 마트 구석에 앉아 한참
둘러보고 무슨 뜻인지 잘 알아 들을 순 없었지만 그들의 삶 한켠을 지켜보기로 했다.

피렌체 사람들이 들어와 이것저것 사고 얘기 나누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었다.

치즈에 맛에 관한 이야기

그날 있었던 동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나와 같이 내린 사람은 버스에서 있있던 사람들의 이야기
            

버스 정류장 앞 슈퍼 주인은
인심 넉넉하게 생긴 인상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
퇴근하고 돌아오는 피렌체 사람들의 저녁 거리도 팔면서
하루에 있었던 동네의 이야기들도 듣고 나누고.

한 아주머니는 치즈와 몇가지 빵을 사 들고는 5분도 넘게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일상이나
이탈리아 예술이 그대로 살아 있는 중네 르네상스의 예술의 최고 도시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나
신도시에 세포분열하듯 같은 모습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난 나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 순간부터 여행지의 걸음. 낯선 숙소에서의 잠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빵과 피자를 만들어 놓고 조각을 판다.
이게 그들의 저녁밥이니까.
저걸 사 들고 가서 데워먹으며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겠지.            

네모난 피자. 세모난 피자. 우리가 배달해서 먹는 피자와는 사뭇 다르지만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가족의 일들을

꺼내 놓을 것이다. 내 숙소 주인인 프리랜서 젊은 사진 작가도 그러했다.

아침이면 아내는 남편을 배웅했고 남편은 저녁 무렵 돌아와 아내와 함께 식탁도 없는 작은 부엌에서 그날의 일들 조곤 조곤 얘기하다 잠들곤 했다. 아침엔 그들의 식탁에 아이와 함께 했는데 이 저녁 슈퍼에서 만난 빵이며 피자가 식탁에 올라와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이거 요 앞 슈퍼에서 사왔구나'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여러가지 빵들이 있다.
호텔에서 보던 아주 탐스러원 보이는 빵은 아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종일 저녁 손님을 위해 주무르고 굽고 해서 내 놓았을 것이다.
참 투박해 보인다.  우리네 집밥 밥상이 어느 레스트랑의 잘 차려진 식사와 같지 않듯이.          

여러가지 쿠키류들,
참 곱고 이쁘게도 만들었다. 크로와상도 보이고. 저 쿠키들은 꽤나 먹음직해 보여서 
나도 두어개 사고 싶었으나 아이가 썩 내켜하지 않았다.

빵과 요거트 크림치즈들이 놓였다.참 소박하게 보인다.            

빵과 같이 먹을 햄들.
우리 밥에 고기 김치 먹듯 
저렇게 빵에 치즈 고기 얹어서 먹는게 저들의 저녁상일 것이다.

정말 바쁘게 이 사람 저 사람과 얘기 나누는 동네 슈퍼 할머니.
그 뒤로 많은 와인과
햄을 썰어 파는 기계도 보인다. 
진열대위엔 여러가지 작은 팔 것들이 놓이고.
피렌체의 이 할아버지가 가게는 꽤나 일찍 문을 열고 퇴근 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았다.


내 어린날의 시골 마을에 살던 적 작은 구멍가게

겨울이면 그곳은 동네 사랑방이었다.

여름이면 휴게소이자 간식을 대 주는 곳이었고

저녁이면 다음날 어느 집 밭에, 어느 집 논에 일손을 구하던 마을 품앗이 일정을 논하던

나눔터였다.

그런 풍경이 요즘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진 모르지만

나의 퇴근길에도 저런 동네 슈퍼를 만날 수 있을까.

ㅇ오늘 동네에 있었던 일. 앞 집 옆집의 일들. 작은 세상 이야기. 우리 가족 이야기들을 두런 두런 나누면서 저녁 찬거리를 살 수 있는 버스 정류장 앞 가게를 말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작은 동네 슈퍼.
그 곁에서 잠시 앉아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다 맥주 한병을 들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 다녀온 곳들을 다시 되짚어 가며 하루를... 나도 마감한다.                      

내일은 또 다시 떠나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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