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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Nov 22. 2024

반전의 마법: 카타르시스와 예측 불가능성


소설 속 반전을 만드는 일,

과연 어렵기만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에서 반전을 만드는 일이 가장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어려운 건 따로 있다.


진짜 어려운 건 반전 자체가 아니라, 그 반전을 “반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치 우리의 삶이 결말보다 중간 과정이 더 힘들고 복잡한 것처럼 말이다.


반전은 이야기를 설계하는 초기에 비교적 쉽게 구상할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건, 반전의 모면이다.


즉, 반전은 진짜처럼 와닿을 수 있도록 치밀한 장치를 세워 나가는 과정이며 독자를 서서히 속이고, 그 속임이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설계를 필요로 한다.


반전 설계의 핵심:

의뭉스럽고, 신속하고, 그럴싸하게


반전을 효과적으로 설계하려면, 개연성이라는 단단한 “성” 위에 반전이라는 “베일”을 먼저 깔아야 한다. 이후 그 베일 위에 또 다른 베일을 덧씌우며 구조물을 하나하나 쌓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의뭉스럽게,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그럴싸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할까?


독자가 벗겨내는 마지막 베일의 색깔이 희미해질 때까지, 즉 결말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도 그 이야기에 휘몰아치듯 몰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반전의 마법: 카타르시스와 예측 불가능성

잘 설계된 반전은 독자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베일 한 장을 벗길 때 드러나는 반전은 그동안의 속임이 농축된 폭발력을 발휘한다. 반전이 예상될수록 이야기는 평범해지고, 예상을 빗나갈수록 독창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미스트에서 반전의 핵심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선다. “살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은 체념과 포기가 아니라, 기다림과 희망, 그리고 맞서 싸우는 의지”라는 주제의식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반전은 단순히 놀라움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메시지와 깊이 연결되어야 한다.


반전을 강화하는 방법: 장치와 주제의식

강렬한 반전을 위해서는 최소 두세 개의 장치를 설계해 이야기에 심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장치들이 독자의 시선을 끌고, 반전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며,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예컨대, 미스트의 안개라는 장치는 단순한 배경 설정이 아니다. 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상징하며, 그 안에서 절망과 희망, 포기와 저항이라는 감정적 갈등을 극대화한다. 이런 상징적인 장치는 독자에게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한다.


반전이 주는 새로운 감정의 컬렉션

문학이나 영화 같은 창작물은 특수한 가상의 상황을 통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반전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 미스트에서 우리는 주인공의 극단적인 선택과 그 결과를 통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를 체감한다. 이는 단순히 서사를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으로, 우리의 감정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결국 반전은 우리가 예상하던 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낯설고, 그 낯섦이 독자에게 새로운 감정을 선사한다.


삶이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주어지는 제한적인 경험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창작물 속의 반전은 우리의 내면에 더 풍부한 감정적 자산을 채워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다.


반전이란, 결국 삶의 축소판이다.


좋은 반전은 단순히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반전이 주는 감정적 충격과 해방감은 삶에서 경험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을 간접적으로 선물하며, 우리의 내면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에 반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독자를 이끌며, 궁극적으로 창작물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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