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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May 30. 2022

고객에'만' 집중하던 대표의 회사가 망한 이유

최악의 대표, 최고의 강사

본 글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나,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된 글이므로 약간의 기억의 왜곡이나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재미로만 봐주세요:)



내가 다니던 회사의 대표는 CEO이자 강사였다. 그리고 그는 사업의 핵심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객이 가장 중요해요. 그러니까 고객의 소리를 잘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해요."


고객과의 소통, 고객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대표님은 분기에 한 번 꼴로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곤 하셨다. 세미나가 끝나고 나면 사인회가 시작되는데 그때 수강생들은 강사에게 궁금했던 것을 마음껏 질문할 수가 있다.

워낙 바쁘고 시간이 없으신 분이다 보니, 그렇게 1:1로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열혈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대표님은 예상치 못한 질문들에 사인회 시간에만 1시간~1시간 반을 투자하셨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불편하거나 피곤한 내색 없이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수강생들의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였고, 나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 정말 좋은 강사다.'


그런데, 우리는?


고객들과는 그렇게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정작 직원들과는 소통을 전혀 하려 하지 않았다. 고객보다도 더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게 직원이라는 사실을 놓친 걸까. 사장과 직원이 소통이 잘 되고 관계가 좋아야 업무도 원활히 돌아가고 직원들이 더욱더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듯하다.


경영학을 배우지 않고 회사를 경영하던 대표는, 자신의 부족함을 1년에 300권 이상의 경영학 서적을 읽는 것으로 커버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정작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없었나 보다. (혹은 일부러 안 읽은 걸까?)


돈을 주는 고객에만 집중하고 직원을 챙기지 않은 그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첫째, 회사에 애정이 생기지 않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회사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대표가 직원들에게 애정을 가지지 않고 충분한 소통이나 발언권을 주지 않으면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만족도나 애정이 떨어지고, 자연스레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밖에 나가서 우리 회사 제품 쓰지 말라고 광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수준일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났고, 내가 CX(고객 경험) 팀의 얘기를 들어봤을 때에도 처음에는 온 힘을 다해서 상담을 해줬지만 나중에 갈수록 '내 에너지를 쏟아서 상담해주고 결제를 유도하면 뭘 하나' 하는 생각에 점점 상담시간이 짧아지고 매출 전환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회사 전체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일 때에는 그저 속으로만 품고 그 불만을 억누르며 '동료들을 봐서라도 참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씩 불만이 쌓이게 되면 자연스레 동료들 사이에서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회사는 공공의 적이 되고 분노를 나누며 분노는 더 거세진다. 다 같이 힘을 합쳐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망하게 할 궁리만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불합리하게 일을 많이 시키고 야근을 시킨 회사를 어떻게 하면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을지 몰려다니며 고민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물론 그들은 '야근'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회사의 태도에 화가 났을 뿐)


셋째, 불만고객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들 회사에서 마음이 조금씩 뜨기 시작하니, 오래 다닐 생각보다는 하루빨리 이직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위에서 성과 압박이 내려오니 당장의 성과를 해결할만한 일만 급급하게 쳐내기 시작한다. 미래에 닥칠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은 채, 지금 당장 급한불만 끄면 된다는 마인드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한 마케터가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으로 진행했는데, 장학금 환급액이 강의 금액의 3~4배가 되는 상품을 기획한 것이다. 문제는 장학금 환급조건이 너무 쉬워서 환급받기가 너무 쉬워 보였다는 것. 프로모션은 대대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그날 회사 오픈 이후 최고의 매출을 찍었지만 해당 마케터가 퇴사한 후, 장학금 환급 요청이 꾸준히 밀려들어왔고 이러다간 장학금 때문에 적자를 찍게 생겨 해결하느라 남아있는 마케팅팀과 CX팀이 고생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넷째, 퇴사율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회사는 평균 근속 개월 수가 3개월이었다. (자발적 퇴사, 해고 통지 반반이었다.) 1년만 지나도 오래 근무한 사람에 속하다 보니 업무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빠르게 돌아가는 회사 특성상, 그리고 업무가 손에 익기도 전에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탓에 업무 매뉴얼이나 히스토리 관리가 문서로도 되지 않았다. 때문에 근속 개월 수가 오래된 사람들에게 자꾸 질문하는 일이 늘어나고 업무가 쏠리고 집중이 떨어지는 등 전체적인 업무효율이 떨어졌다.


내가 다녔던 회사의 대표는 사람들이 자꾸 퇴사를 하니 왜 자꾸 직원들이 퇴사를 할까에 대한 고민보다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끝까지 직원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그리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은 그의 곁에 남은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대표가 처음인 당신께 하고 싶었던 말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고객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우리를 소중히 대했다면 그렇게 많은 직원들이 단기간에 떠나진 않았을 거예요. 돈 주는 고객 못지않게 중요한 게 돈 받는 직원들입니다. 당신이 직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직원도 회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직원들이 회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고객도 회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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