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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하루 Jun 12. 2020

올해 라일락은 집 근처에서

2020.05.31


삿포로의 봄 하면 오도리 공원을 수놓는 라일락을 빼놓을 수 없다. 삿포로는 4월까지 겨울 날씨다 보니 5월이 되면 한 달 사이에 매화부터 벚꽃, 라일락이 차례로 펴서 초봄과 초여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이한 봄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깨우기라도 하듯 봄이 되면 공원에는 꽃 보러 나온 사람들로, 꽃집에는 꽃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봄여름이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단기간에 계절을 한껏 즐기려는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벚꽃 놀이도, 라일락 축제도 취소. 계절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봄을 맞이해보니 그동안 매해 봄마다 꽃들을 봐왔던 건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려는 게 아니라 메말랐던 마음에 물을 주기 위함이었구나,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올해는 아쉬운 마음을 주택가 담 너머의 라일락으로 대신해본다. 라일락은 향기가 정말 좋은데 마스크를 쓰니 향기도 맘대로 못 맡고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치만 세상이 이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데도 늘 그랬듯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피어준 게 고맙기까지 하다.(요즘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맘이 몽글몽글하넹)

하루하루 바쁘게 지낼 땐 집 앞에 핀 꽃에 관심 줄 여유조차 없는데 느리게 살다 보니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기긴 한다. 물론 내 시간만 멈춰 있는 것 같아서 아직도 불안하고 조급해질 때가 훨씬 많지만. 여하튼 6월도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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