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by 어떤 하루

삿포로는 '사'계절이 아니라 '오'계절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눈이 멈추고 푸르른 싹이 돋아 꽃이 필 때까지, 늦겨울 내지는 초봄의 시간이 참 길다. 겨울 내내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해 도로는 한동안 구정물이 넘치고, 눈이 소복이 쌓여 아름다웠던 산과 들도 헐벗은 듯 어딘가 쓸쓸해진다. 온통 하얗게 뒤덮였던 세상이 흙빛으로 변하는 이 시기가 마치 겨울도 봄도 아닌, 겨울과 봄 사이의 다섯 번째 계절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눈이 그치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나 싶었는데 금방 따뜻해지지도 않고 바람은 또 얼마나 부는지. '겨울=눈'이라 생각하고 살다 보니 눈이 녹아 겨울은 끝난 거 같은데, 바로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순백의 눈이 주는 깨끗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나니 이상하게 한겨울보다 더 추운 기분이 든다. 푸르른 봄기운과 함께 기지개 한번 쫙 피고 몸도 마음도 가볍게 움직이고 싶은데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는다. 봄이 올 듯 말 듯 사람 마음을 참 안달나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겨울 이불이며 카펫이며 여전히 정리를 못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일교차 덕에 언제 피나 싶던 벚꽃이 눈 깜짝할 새에 만개했다가 또 금세 저버린다. 개화부터 만개까지 보통 1주일 정도 걸리기 마련인데 삿포로의 벚꽃은 3~5일이면 다 피어버린다. 꽃 피길 내내 기다렸는데 허무하리만큼 금방 왔다가 바로 사라진다.


매해 3월과 4월은 늦겨울과 초봄이 혼재하는 다섯 번째 계절에 휘둘리다가 정신 차려보면 약속이나 한 듯 골든 위크(4월 말부터 5월 초)에 맞춰 우르르 피었다 금세 지는 삿포로의 벚꽃.

이 벚꽃을 보고 나면 그제야 삿포로의 완연한 봄이 시작된다.

@마루야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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