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바다와 옥상

by 라몬

여름바다로 여행을 갔다.


늦은 시각 옥상에서 바라본 바다는

검은 장막 같았다.

바람이 불어 일렁이는 천 자락처럼

조용히, 같은 듯 다르게 굽이치고 있었다.


실제로 조금씩 다를 바다의 모습, 내 눈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같은 것을 바라본다 착각하여

바다를 보던 순간 함께 하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몽땅 등장한다.


잊어야만 할 사람, 잊힌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람, 잊혀버린 사람.


바다의 장막을 타고 옥상까지 올라온 기억들이 내 눈에 새까맣게 담기면,

희미한 듯 반짝이는 바다 위 불빛에,

불현듯 주변을 둘러보는 척한다.


덥지만 싫지는 않은 밤공기가 코와 귀를 스친다.

언젠가 기억을 둘러보던 이 기억조차 다음 바다 위에 흐르겠지 싶어 옅은 미소가 번진다.


잔잔하게 들리던 호텔의 음악소리도 끝나고, 객실로 돌아가

여행의 순간을 꿈속에 담는다.



화면 캡처 2025-07-09 235755.png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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