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모두에게
나는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이다.
중학교 아이들의 성적은 이미 모두 완료된 시점에서 학년말 자율교육과정 프로그램 수업만 남아있다.
도덕적 성찰 에세이 쓰기를 통해 진솔성을 기준으로 잘쓴 사람은 상품을 준다고 했다.
과자를 받고 싶어서인지, 그냥 쓰고 싶어서인지 의외로 성적과 관련도 없는데 많은 아이들이 솔직하게 써서 냈다. 심지어는 시간 내 작성을 못해서 종례때 쯤 내고 가는 애들도 많았다.
1등해서 과자를 이렇게까지 먹고 싶은가?라는 1차원적 생각도 있지만, 막상 아이들이 써서 낸 글을 보면 그냥 어딘가에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익명게시판에 쓰듯이 쓴 듯 했다.
장난 같은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방관자의 입장, 가해자의 입장, 피해자의 입장, 정체성 혼란, 짝사랑의 실패, 부모님의 병환으로 인한 걱정, 교사와의 불화, 자기 혐오 등
셀수없는 많은 부정적 감정들이 어딘가에 가지 못하고 눌려있다가 이 글에 다 토해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A4양면으로 꽉꽉 채워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써놓은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1학기 육아휴직, 2학기 복직으로 아이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아이들을 이제야 겨우 조금은 알아간다는 생각이 들던 때였는데 이제 이 학교에서 5년이 되어가서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 도와줄 기회가 없다는 점이 좀 슬펐지만 그래도 이글을 쓰면서 조금은 속이 후련해졌기를 바라고 기도해 본다.
아직은 청소년기라 홀로 서기를 연습하는 때인데 어른과 학교를 안전하다고, 의지할만 하다고, 편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은 슬펐다.
그 중에 가족일로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는 오다 주웠다 느낌으로 책을 한권 선물했다. 스치듯 보이는 눈물이 보였다.
학교에 있다보면 다른 선생님들의 기분도 상황도 살피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학교 자체도 공동체가 아닌가.
이곳의 선생님들은 대부분이 다른 학생의 삶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아 하신다.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저 그아이들의 삶보다는 '내 말을 잘 듣는지, 내 수업에서 잘 수행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으신 듯 하다.
물론 중요하겠지만, 학교는 인성교육기관이기도 한거 아닌가? 학생의 삶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규정에 맞는 운동화를 신었는지만이 최우선과제인건가?
그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언행을 하면서, 내가 교사로서 상처받았다, 건방지다, 내 상처가 크다라고만 외쳐야 하는건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어차피 모두의 눈치를 보느라 나는 결국 적당히 방관하고
적당히 살고 있다. 나조차도 성인군자도 아닌데 누가 누굴 탓하나 싶다.
비난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자체가 미성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뭐라고 남에게 기준을 들이대나 싶다.
오늘 하루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교사도 학생도 상처받지 않고 좀 더 나은 나날들을 보낼 수있게 도울 수 있도록, 내가 할 수있는 일과 할 수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교사로서 좀 더 나은 생활지도 방식과 수업방식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고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도록, 이 글을 우연히 보게 될 누군가의 하루도 좀 더 나은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바라본다.
- 나의 대나무숲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