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다른 둘
개인사업을 시작하기 전, 프리랜서와 개인사업자 사이에서 무엇이 좋을지 한창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왜 프리랜서에서 개인사업자(1인 기업)를 택했는지, 그 고민의 과정을 정리해 봤다.
월 천만 원 소득을 목표로 하고 퇴사를 한 뒤, 첫 번째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들어왔다. 국내 한 자동차기업의 사내 디자인연구소 워크숍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이어서 11월에는 Seoul Work Design Week라는 꽤 규모가 큰 행사의 온라인 송출을 진행하게 되었고, 2달 뒤에는 규모가 있는 여러 기업들의 콘텐츠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그렇게 독립 후 5개월 정도 일을 진행해 보니, 자연스레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B2B(회사 대 회사) 형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SNS용 영상 콘텐츠 제작 대행 의뢰가 들어오거나, 세미나 혹은 강연 등을 유튜브, 줌으로 송출을 요청하는 문의가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미팅 자리에 나가면, 말미에 꼭 들어오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세금계산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저 내게 이렇게 일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신기했을 뿐, 세금계산서라는 단어부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점점 회사, 브랜드 단위의 일이 많아지면서 세금계산서에 대한 문의와 발급 요청도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개인사업자 전환에 대한 고민도 커져갔다. 사업자를 내지 않은 프리랜서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고, 클라이언트 측에서 사업소득이나 기타 소득으로 급여를 지급해 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렇게 급여로 처리할 경우에는 회사 차원에서 비용 처리를 하기가 어렵다. 반면 세금계산서를 내가 발급해 준다면 클라이언트는 나와 작업한 대금을 비용으로 처리해서 부가세를 조금이지만 깎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막 퇴사한, 작디작은 나라는 존재가 '개인사업자'를 내도 될까?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고민하던 중,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프리랜서 말고, 1인 기업이 되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비슷한 고민이 있다면 정말 추천).
https://www.youtube.com/watch?v=1R16woJjgFY
해당 영상을 통해서, 대략적으로 프리랜서와 1인기업의 개념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핵심은 프리랜서는 '불러주는 곳'이 있어야만 한다면, 1인기업은 기획을 통한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영상 채널의 주인인 '김인숙' 대표님은 퍼스널브랜딩 전문가로 업계에서 널리 알려지신 분이었는데, 실제로 본인을 포함해 주변에서 있었던 경험을 예시로 들며 프리랜서와 1인기업의 차이를 알려주셨다. 한 예로, 몇 년 전 메르스가 심하게 유행할 때 프리랜서 강사들은 그들의 클라이언트인 공공기관이나 교육 업체로부터 일 연락이 뚝 끊겨 굉장히 힘든 순간을 버텨야 했지만 1인 기업을 운영하던 이들은 다른 사업 모델을 운영하거나 새로운 기획, 영업을 통해 판로를 개척해 돌파구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결국, 프리랜서로 오래 일하려면 '1인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느껴졌다. 실제로 예비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면서 대체가능한 1명의 프리랜서보단, 어느 정도 동등한 입장의 '사업체'로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리랜서는 1인기업보다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청의 하청'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세금계산서 발급이 안 되는 프리랜서보다는 발급이 가능한 에이전시나 회사와의 계약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다 보면 에이전시, 대행사로부터 일을 받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중간 수수료를 에이전시나 대행사가 갖고 남은 걸 프리랜서가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내가 1인기업이라면? 대행사나 에이전시를 끼지 않고 클라이언트와 직접 계약할 수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대행사가 내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프리랜서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1인기업이 되는 순간, 모든 일은 '나의 일'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프리랜서로 하는 일도 '나의 일'이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남이 요청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에이전트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1인기업으로 일을 한다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내가 만든 이 '사업체'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 사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스스로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낮출 수도 있다. 반면 1인기업의 대표가 되는 순간,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도 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 없다. 내가 내놓은 퍼포먼스가, 곧 이 기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프리랜서와 1인기업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르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한 프리랜서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확실한 거래처(혹은 클라이언트)가 생기고, 시장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1인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다면 프리랜서와 1인기업은, 어떻게 거래처를 확보하고 영업을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퍼거슨이 인생의 낭비라고 했던 그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