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 후지산 등정, 그의 은빛 도전
올해로 100세를 맞은 할아버지에게 한 소년이 물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꿈은 뭐예요?"
ㅡ 음.. 다시 한번 더 후지산 정상에 오르고 싶단다.
"지금까지 15번이나 올라갔었다면서요. 굳이 왜요?"
ㅡ 후지산 최고령 등정자가 101세라고 하더군. 그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에이, 이제는 보다 편안한 삶을 선택해도 되잖아요."
ㅡ 그렇지. 그럼에도 내가 이 나이가 되어도 치열한 삶을 추구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단다.
"왜요!? 이왕에 같은 삶이라고 하면 저는 편안한 삶을 살고 싶은데요. 물론 저도 후지산 정상에 올라본 경험이 있어요! 물론 딱 한 번이지만요."
ㅡ 오 그러니? 내 대답에 앞서, 너의 후지산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네. 알겠어요! 그게 언제였더라?
후지산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은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같이 한번 올라보지 않을래요?"라고 툭 던졌고, 나는 어쩌면 인생의 단 한 번의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니,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제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체력에 늘 자신이 없던 나였고, 평소에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이었기에 등정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등정을 계획한 날이 다가올수록,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는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지속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걱정도 잠시, 후지산에 오르기로 한 당일이 되고 삼삼오오 약속의 장소로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된 우리는, 국경을 넘어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이곳에 모였다.
등산이 시작되었고, 누군가 뒤쳐지면 선두에 있던 사람이 자리를 바꾸며 그의 뒤를 밟았다.
또한 심한 경사로 인해 발을 헛디디거나 중심을 못 잡기라도 하면 누군가는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후지산의 일출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산 중턱에서 침낭에 몸을 맡기고 가수면 상태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새벽 3시가 되어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 사이로,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한 채 등정을 이어갔다.
경사가 가파르거나, 땅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는 거의 네발로 기어가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지칠 무렵, 어느덧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고,
나는 마침내 후지산 맨 꼭대기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늘 올려다만 보았던 구름의 위에서, 나의 입 밖으로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어, 살맛 나네."
물론 대단한 깨달음도 아니었다.
고된 여정 탓인지 마치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확연한 마음의 변화나 반전도 없었다.
그러나, 그저 사는 재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에너지만이 나에게 온전히 스며들고 있었다.
100세 할아버지에게, 소년이 다시 물었다.
"생각해 보니까, 할아버지가 왜 다시 오르고 싶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ㅡ 왜 오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저의 후지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ㅡ 그렇구나. 그 당시에는 힘들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기억에 많이 남지? 인간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래.
"맞아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다시 오르고 싶다는 이유에는 단순히 최고령 등정자로서의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ㅡ 그렇단다. 수많은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지. 나는 더욱더 '좋은 고생'을 통해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단다.
"저도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을 만나면, 당장에 저를 괴롭히는 고된 길이라 하더라도 더욱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도전으로서 얻은 에너지는, 편안함에서 얻은 에너지와 비교가 되지 않으니까요!"
ㅡ 그러니? 너의 생각과 선택이 그렇다면, 그건 정답일 거야.
나의 백 마디 말보다, 네 스스로 깨달은 경험들이 몇 백배는 더 소중하니까.
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다.
The greatest risk is the risk of riskless living.
-스티븐 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