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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성년의 날, 또 다른 주인공

다가올 세대와, 남겨진 세대의 이야기

by 국빈
일본에서는 해마다 1월 둘째 주 월요일이면 전국 곳곳에서 ‘성년의 날(成人の日)’ 행사가 열린다. 만 20세가 된 청년들을 축하하는 자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행사는 이루어졌고, 나는 도쿄 이케부쿠로 거리에서 그 풍경을 마주했다.


축하와 웃음이 가득한 날이었다.

도쿄 이케부쿠로, 성년의 날.

청년들은 전통의상으로 한껏 멋을 내고, 서로를 축하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분명 반짝였지만, 이상하게도 내 시선은 자꾸만 그 뒤로 향했다.

내가 진짜 눈에 담고 싶었던 건 청년들이 아니다.


그날, 나는 부모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들 뒤에 서 있는 부모들.

누군가는 무거운 외투를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어주느라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아이의 뒤를 따르던 한 어머니.

그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그들은 그저 묵묵히 자녀의 뒤를 따르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여러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

부모들은 그들의 뒤에서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스무 살을 맞이한 나의 아들, 나의 딸이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 그 뒤에는 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었다.

그 손길들이 있기에 비로소 청년들이 더욱 빛나고 있음을, 나는 그날 다시금 깨달았다.






돌아오는 길, 문득 나는 지난 과거를 회상했다.


내가 서른이 되기까지, 이토록 무탈하게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순간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때로는 어설프고, 조금은 엉뚱했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내 곁에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늘 지지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실수투성이였던 나를 믿어주었던 사람들.


결국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는 걸 요즘에서야 더욱 절실히 느끼곤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이 지독한 경쟁사회 속에서,

무너져도 일어날 수 있었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말한다.


“늙어가는 존재는 이제 사회의 짐이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이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인 것처럼,

내 옆의 어르신도 누군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힘이 되어주는 존재, 부모라는 것을.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 걸.

그들은 그저 남겨진 세대가 아니다.


나를 있게 한 세대이고,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임을 말이다.


세상은 늘 ‘다가올 세대’에 주목한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라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이제는 너희가 주인공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야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으니까.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는 걸 기억해야, 다른 누군가의 손도 잡아줄 수 있을 테니까.


그날, 일본에서 나는 성년이 된 이들을 보며,

진짜 어른은 누구인가, 묻게 되었다.

전통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던 아이들?

아니면, 그 뒤에서 묵묵히 쇼핑백을 들고 있던 부모들?

결국 우리가 더 많은 청년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존재를 이해하고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과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내일을 위한 길은, 또 다른 누군가의 오늘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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