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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교도소 문을 두드렸을까

'죄'를 택한 일본 노인

by 국빈
니시나리(西成) 경찰서 입구


일본 오사카 니시나리(西成)에서 살던 어느 날, 분실 신고를 하러 인근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

경찰관 앞에서 괜히 죄인 된 것처럼 조심스레 말끝을 흐리며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던 내 모습 뒤로,


“쾅! 쾅! 쾅!”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멀찍이 앉아 있던 또 다른 경찰관이 서랍 속에서 천천히 검은색 장갑을 하나 집어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나는 등줄기에 땀 한 방울이 흘렀고, 잠시 후 문 너머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좀 재워줘! 잘 곳이 없어..”


문을 두드린 이는 다름 아닌 노숙자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그는 그저 잠잘 공간 하나를 애원하고 있었다.

경찰관은 깊은 한숨과 함께, 늘 있는 익숙한 일인 듯 조용히 그를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생각했다. '경찰한테 저런들 뭐가 달라질까. 민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남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근의 뉴스 기사들을 접하며 다시금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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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서는 생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경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교도소는 더 이상 단순한 처벌의 공간이 아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외롭지 않다.

삶의 마지막을 함께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곳은 어쩌면 ‘돌봄’의 공간이 된다.


이처럼 교도소는 이제 ‘형벌의 공간’이자 ‘복지의 대안’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찾아오는 노인들. 그들에게 교도소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채워주는, 일종의 ‘대체 복지시설’로 변모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니시나리경찰서에서 문을 두드렸던 그 노숙자의 외침은 단순한 민폐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노인이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끝에서 내뱉은, 생존을 향한 마지막 울부짖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제야 그 장면의 진짜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그들은 형벌의 대상인가, 복지의 대상인가.
이는 개인의 책임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이 질문은 결코 일본만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법무부 소속으로 교도소 인턴을 하게 되었을 때,


수용자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를 본 적이 있다.

그 안에는 체격 좋은 젊은 수용자들 틈에 한 노인이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서 있었다.

잠깐 눈이 마주쳤고, 이내 문은 소리 없이 닫혔다.


그 순간, 나는 ‘자업자득이겠지’ 하며 외면했고,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내 마음 어딘가에서는 감출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연민과 분노,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지금도 조용히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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