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 있던 그녀

by 민하

미주는 멈추었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캠코더 화면 속 마지막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흰여울 해안터널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야… 결국, 여기로 다시 가야 해.”


바닥에 젖은 우산은 아직 해무 냄새를 그대로 뿜어내고 있었다.


밤바람은 여전히 습했고 골목은 낮보다 더 조용했다. 장마 비가 잦아들었지만 해무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미주는 해무가 삼킨 골목을 괴물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들어갔다.

좁은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신발 바닥이 젖은 돌바닥에 부딪쳐 ‘척척’ 소리를 냈다.

미주는 우산 없이 마을 끝 계단을 내려와 해안터널 쪽으로 향했다. 가로등 빛마저 해무에 갇혀 무력했다.

미주가 터널로 향하는 동안 머릿속엔 캠코더 마지막 영상만이 계속 맴돌았다.
흰 천인지, 여자의 뒷모습인지 모를 그 실루엣. 그걸 확인하지 못하면 서준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ʻ해무가 그걸 가리고 있어.'

미주의 귓가에 바람 소리와 같이 들려왔다.


터널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화면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좁아 보였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가자 바닷바람에 해무가 터널 안으로 스며들었다.


“거긴 들어가지 마라.”


갑자기 들려오는 늙고 초췌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봤다.

터널 입구 옆 돌난간에 떨어질 듯 강 씨 아저씨가 노인이 되어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와 검고 갈라진 초췌한 손가락을 들어 터널 쪽을 가리켰다. 미주는 강 씨 노인을 무표정하게 한 번 쳐다본 뒤 무시하듯 고개 돌렸다. 다시 터널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려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노인의 눈빛이 희미하게 젖어들었다.


“네 아비도 그랬어.”


미주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강 씨 노인이 다가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강 씨 노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비켜… 주세요.”

“바다가 뭐라도 내줄 줄 알고… 들어갔지, 그 밤에도 해무가 이렇게 깔렸었어.”


노인은 허리를 굽히며 터널 옆 바다로 통하는 난간에 앉았다.


“보고 싶으면 다 보는 줄 알아? 해무가 다 보여줄 것 같아?”


미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알고 있어… 하지만 진실을 말하진 않겠지, 침묵하는 마을…’


그때, 터널 안에서 무언가 흔들렸다. 해무 너머, 흰 천이 날리는 것 같았다. 아니면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같기도 했다. 미주는 강 씨를 스쳐 지나가려 했다. 그러자 노인은 미주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날, 네 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갈라진 손이 작게 떨렸다. 미주는 손을 뿌리쳤다.


“서준이 여기서 사라졌어요. 저는… 여기 꼭 보고 갈 거예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노인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다만 뒤통수에 대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바다는 다 기억해. 사람만… 모른 척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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