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의 겨울
얼어있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났다. 친구 셋과 동반한 여행이었다. 13년간 함께 여행을 떠난 건 이번이 꼭 세 번째다. 근래 동갑내기들이 결혼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조급해졌다. 친구들이 결혼해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우리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을 것 같아서. 그전에 시간을 많이 보내 두고 싶다.
얼마 전에는 그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매년 사진을 찍어 젊음을 남겨두자고 말로만 떠들었지 실천한 건 처음이다. 셀프 스튜디오를 찾아 흑백사진을 찍었다. 보정되지 않은 날 것의 사진을 보면서 친구들의 얼굴 위로 열여섯의 얼굴을 겹쳐봤다. 그때에 비하면 나이가 들었다 우리. 이렇게 자신을 객관화할 기회가 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걸 실감한다.
아마도 결혼을 하지 않을 내게 친구들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가깝다. 이따금 혼자 사는 젊은 나 말고, 늙은 나를 생각한다. 60살의 홀로인 나. 남편도 딸 아들도 없다면, 곁에는 친구들뿐일 테다. 그러면 이 친구들은 그들이 비혼이건 기혼이건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되는 셈이다. 그런 생각까지 상념의 끝이 닿으면 외로워진다.
쇄빙선이 떠다니던 살얼음 낀 바다 앞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때 우리가 함께한 10대와 20대를, 그리고 다가올 30대를 생각했다. 그럭저럭 젊음을 채워왔으니, 30대 또한 기대된다고. 지금처럼 적당히 애정하고 적당히 느슨한 관계로 우리가 함께였으면 한다고.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한참을 서 있던 그 순간에, 너희는 어떤 생각을 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