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고객과 회의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고객의 엄지손가락 손톱이 길고 잘 다듬어져 있는 걸 보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클래식 기타 치시나 봐요."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짧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고, 회의장은 오히려 더 어색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 고객은 자신의 사적인 취향을 업무 자리에서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회의실에 앉아 있는 '전문가'였지 '기타를 치는 사람'이 아니었죠.
저는 무심코 그 경계를 건드린 셈이었습니다. 친밀감을 쌓으려던 시도가 오히려 불편함을 만들어낸 거죠.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논란도 비슷합니다. 직장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업무 때문에 카톡을 쓰는데, 왜 동료나 상사에게 내 개인적인 생활까지 드러나야 하지?"
새로운 기능이 더 편리한지, 더 세련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이 침해당했다고 느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카카오톡은 이미 '일과 삶이 혼재된 공간'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라도 최소한의 경계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는 그 마지막 경계마저 허물었습니다.
친구 목록을 단순히 확인하던 공간이 갑자기 SNS 피드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것은 그저 UI 변화가 아니라 '이제 당신의 사생활도 공유하세요'라고 강요받는 느낌을 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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