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하는 양가적인 감정은 많은 사람이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야. 그러니 너무 죄책감을 가지진 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소화하고 싶다면 먼저 부모님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해.
납득할 수 없는 양육 방식이나 교육 방식으로 자식을 힘들게 하는 부모 안에는 그들만의 상처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어. 사회적으로 성공한(엘리트나 재벌) 부모는 자신이 가본 길을 자식이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거든. 반대로, 사회적으로 인정을 덜 받는 부모는 자신들이 겪은 불편과 설움을 자녀에겐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지.
부모들은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성공으로 가는 방식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는 거야. 하지만 그런 부모님이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자식과 부모는 독립된 개체라는 사실, 그리고 부모가 살아온 시대와 자식이 살아갈 시대가 완전히 똑같지 않다는 점이겠지. 하지만 부모님이 스스로 그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려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다르게 생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거든.
부모님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부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 보렴. 부모님이 어릴 때는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때 감정은 어떠했는지를 물어 보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알게 될 거야. 부모님도 처음부터 부모가 아니라 나와 같은 아이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어느새 몸이 자라 어른이 되었고, 자식을 낳고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되었다는 걸 말이야.
부모도 몸은 자랐지만 여전히 내면은 불안하고 상처도 받을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야.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부모는 없어. 그러니 나에게 상처를 준 부모님이든, 나를 버린 부모님이든, 엄마와 아빠를 완벽하지 않은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부모님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이 줄어들고 마음의 상처도 회복될 거야.
※위 글은 심리에세이 도서 <내 마음은 존-버 중입니다>(풀빛출판사, 웰시, 2022)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