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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Aug 29. 2023

(New쪽지) 저도 정보 좀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점집 정보를 물으신다면

언젠가부터 카페를 통해 점집 정보를 묻는 쪽지가 자주 온다. 어떻게 알고 쪽지를 주시는 건지 궁금하다. 네이버는 챗이나 톡톡 그리고 메일이 아니고서야 스팸, 단체쪽지 외에는 개인적으로 쪽지가 오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알림배지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스팸함으로 쪽지를 이동시킨다. 하지만 요즘엔 손가락이 여느 때처럼 자동반응을 보이려다 개인 쪽지에 당황해서 렉 걸린 컴퓨터 마냥 순간 버벅거린다.


점집 소개도 소개지만 나 역시도 타고난 칠성줄이 엄청 세다. 그렇다고 풀어먹을 팔자까진 아닌데 전국에 널린 돈벌이에 눈먼 사짜 점쟁이들에게 속아 제자가물로서 신내림을 2번이나 받을 뻔했으니, 굿이란 굿은 안 해본 것이 없고 종교란 종교는 안 다녀본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종교! 신!이라 하면 진절머리가 난다. 또 이와 반대로 나름 수양하며 깨우친 부분도 있어 모든 것에 대해서 오픈마인드 이기도하다.


누군가는 바보도 아니고 왜 그랬냐 할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눈뜨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인 삶이었고 온몸이 상세불명의 동통으로 늘 아팠다. 일 년에 두어 번씩은 전신 근육이 긴장면서 사지후들후들 떨림과 동시에 식은땀이 마치 여름철 소나기 내리듯 쏟아져 흘러내렸는데 그러면 꼭 이내 전신 마비라도 올 것처럼 감각이 무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곧장 병원으로 뛰쳐날라 의사의 이학적 소견에 따라 서둘러 MRI를 찍고 늘 그랬듯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진단결과를 기다린다. 잠시 후 다시 진료실로 들어선 나는 눈치도 없이 의사 표정에서 검사결과를 파악해 버린다. 나에게는 이미 아무 의미 없는 MRI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는 애써 좋지 않은 곳을 찾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상 의사는 판독 결과를 보고 이학적 소견과는 달리 별다른 이상이 없음에 딱히 할 말을 잃은 듯 횡설수설거리는 중인 듯했다.


이처럼 병원 진단서상 이상이 없다 보니 사람들은 내가 엄살 부리거나 작은 통증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내 입에서 "아야아야" 앓는 소리가 나온다는 건 통증이 심해서 조용히 입 닫고 견디기는 힘들다는 거다. 이때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근이완제와 진통소염제를 털어마셔도 소용없다. 정말 마음 같아선 온몸의 뼈와 관절 그리고 근육과 신경을 오독오독 뜯어서 모두 화르르 불태워버리고 싶다. 그만큼 결리고 아리고 쑤시고 후끈거리고 아프고 또 뻐근하다.


그나저나 갈수록 나의 직감, 촉감, 직성이 더 정확해지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사주명리를 한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만약 배우게 된다면 중년에 아담한 티하우스 하나 차려서 정통사주풀이와 함께 보헤미안 스타일의 심리상담과 타로점 보기 그리고 에세이 집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싶다. 그리고 금수저로 태어나 흙수저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 통장에 꽂히게 무섭게 진눈깨비처럼 녹아 사라지는 내 돈들이 앞으로 무재칠시(無材七施) 마음으로 살겠으니 함박눈처럼 쌓여서 머물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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