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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업의 전환

‘앞으로의 나’를 정의하기

by 흔적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슬슬 한 해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다. 2025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의 길을 정의해 보려고 한다.

2025년

참 열심히 살았다. 연초에는 우울한 감정들이 밀려와 힘들어하면서도 치열하게 원고를 썼다. 6월 27일 나의 첫 책 「정말이지 제로웨이스트샵만큼은 할 생각이 없었다」이 세상에 나왔다. 책을 낸 이후로는 조금 정신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 친척들이 책을 낸 걸 알고 연락을 해왔다. 책 홍보를 위해 서평단 이벤트를 두 번 진행했다. 한 번은 나의 인스타 계정에서, 한 번은 환경 웹툰 채널인 ‘초장’과 함께 했다.

그 사이 제로웨이스트샵의 비수기가 지나갔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주로 <병뚜껑 업사이클링 환경 수업>이 많았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학부모 수업, 초등학교 외부 시연 행사 등에 참여했다. 현수막 제작도 주문이 꾸준히 들어왔다. <나의 제로웨이스트 취향 찾기>에 관한 무료 강의도 진행했다.

10월은 매장의 2년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달이었다. 함께 운영한 도드리님과 의논해 재계약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기존의 활동은 기회가 될 때마다 협업하는 식으로 인연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나는 이제 ‘업의 전환‘을 했던 첫 2년을 거쳐 새로운 나의 길을 가야 할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다.

앞으로의 나

11월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전시도 보러 나가지 않으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콘텐츠를 만들며 나를 다지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자연스레 앞으로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이것은 나의 정체성이자 직업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고 당연히 먹고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도 찾아보고 자기만의 길을 간 사람들의 사례도 찾아봤다. 하지만 참고만 할 뿐, 누구도 간 적 없는 길이기에 나 스스로 마인드맵을 그려보며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적’이라는 사람을 가운데에 두고 어떤 직업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을 조금 더 확장시켜 나가는 데에 목적을 두고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를 정의해 봤다.

1. 작가

7년 동안 브런치에 에세이를 썼고 첫 책을 출간했다. 나는 나의 글이 어쩌다 한 번 책을 낸 이벤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에 대한 주제가 떠올라 조금씩 써보고 있다. 우선 브런치에 연재해 볼 생각이다. 제목은 <가치와 취향의 교집합>

2. 강사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며 환경 강의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만의 경험과 지식으로 강의 자료를 만들어 이야기했는데, 그때의 시간들이 너무 즐겁고 좋았다. 나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것,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기존에 하던 병뚜껑 업사이클링 수업을 이어가며 새로운 강의를 준비해 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나만의 제로웨이스트 취향 찾기>와 <쓰레기 없이 육아하는 법>이다. 책을 매개로 북토크를 하는 것도 좋고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진다면 모두 해보고 싶다. ​강의는 오랜 경험과 활동 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회가 많은 건 아니다. 강의 자료를 준비하며 제안서를 작성해 다양한 채널에 연락해 볼 생각이다.

3. 큐레이터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친환경 콘텐츠를 소개하는 ‘에코 콘텐츠 큐레이터’로 정의해왔다.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나의 일상을 보여주고 콘텐츠를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한다. ​몇 달 전 새로 오픈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인 <케이스스터디 for earth>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리포트를 업로드하고 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콘텐츠보다는 조금 더 깊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인사이트 채널이다.

4. 크리에이터

헌 옷과 빈티지 의류로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해왔는데, 그 활동을 조금 더 확장해 다양한 업사이클링을 시도해 보고 싶다. 미니 현수막이나 가랜드, 티코스터 등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해 보고 싶다. 주문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급하게 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취향 카드에 대한 제작도 생각 중이다. 취향은 내게 중요한 주제다. 취향을 찾다가 가치관을 만나 안착해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재할 글에도, 강의 주제에도 지속적으로 ‘취향’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건 ‘취향’이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사람마다 다르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모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자의 제로웨이스트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면 재미있게 해볼 수 있고 강의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가 싶지만 내 시선에선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어떻게 뾰족하게 만들어 전문성을 더하는지는 앞으로의 나에게 달려있다. 이 모든 계획들을 천천히 실행해 나가볼 예정이다.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가야 할지 막막할 때마다 펴볼 수 있는 나만의 지도다. 잘 가고 있는지, 잊은 건 없는지, 새로운 길이 추가된다면 그것도 더해서 나만의 길을 걸어나가고 싶다. 2026년 혹은 그 이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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