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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진 Jan 24. 2023

무제

잃어버린 시간들


자라나는 내 새끼들과의 교감

20대의 청춘

30대의 만개한 초록의 삶

40대의 익어가는 삶의 여유

지천명의  그윽한 삶의 시선


2023년 1월 24일

나는 또 한 살을 더 먹고

이제 55세가 되었다

오늘 아침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늘 하는 아침의 맑은 독서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당길 책들을 찾았지만

어느 책도 끌리지않았다


혼자 남은 저녁

맥주를 마셨다

때로 술이 고맙다

머릿속은 힘내고 싶은데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때로 술이 고맙다

술이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들어

억누르고 있는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미처 생각못한 것까지 일깨워

나를 다독인다


열심히만 살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20대 때처럼 초라하다

아니 그땐 젊음초라함을 가려주었었지


지금 자존감 다 떨어진 55세의 나는

진짜 초라함밖에 없다

더 작은 집으로

다시 남의 집살이로 나서야하는,

몇 백원 몇 천원도 아껴야만 하는

한결같은 40여년의 삶

멍울만 가득한 기죽은 내 삶이다


근데 참 이상하다

내 삶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지금의 나를

강한 사람으로 본다

단단한 사람으로 본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본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본다

늘 밝고 환한 사람으로 본다

자존감 다 떨어지고

하루하루 불안하기만한 나를.


1월 20일 브런치에서 '작가님 글을 240일동안 못봤다'는 알림을 받았다.

무려 8개월이나 넘도록 나는 시 한 구절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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