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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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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Mar 31. 2020

공상의 세계, 머릿속을 휩쓸다

꿈의 기록_만화에 대하여

몇 가지 다른 내용의 꿈을 꿨다.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 살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집안 풍경. 나는 방안에 있다가 부엌으로 나온다. 방안에는 계부(?), 동생이 자고 있다. 얼굴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곁에 있다는 걸 느낀다. 주말 점심 무렵일까? 어머니가 거실에 있고 나는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한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두부와 김치 혹은 야채와 김치를 순차적으로 팬에 올리고 볶는다. 앞의 것을 먼저 볶고 그다음 김치를 양껏 올리는데 촤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가득 올라온다. 적당히 볶은 후에 접시에 덜어낸다. 전에 어머니가 만든 미역국이 아주 조금 남은 것이 있어 마저 먹으려고 하는데 그 안에 잘게 찢어진 소고기가 들어있는 걸 발견하고 허탈감과 실망감을 느낀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넣은 걸까? 아니면 실수로?


한 청년이 만화 잡지를 보고 있다. 그곳이 집인지 카페인지 어딘지는 확실치 않다. 그는 바 형태로 벽 쪽에 길게 나 있는 테이블에 자리을 잡고 앉아 있다. 곁에 다가가 뭘 보고 있느냐고 묻는다. 청년이 설명해준다. 코인이 한참 남아 있다며 부지런히 봐야 한다고 한다. 청년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 청년이 보던 만화는 잡지 안에 삽지 형태로 붙어 있는 부분인데 그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만화 퀄리티가 장난이 아닌데?!" 나는 이렇게 외친다.


그림선이 놀랍도록 정밀하고 내용도 심오하며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느껴진다(꼭 그러한 요소를 최고로 치는 것은 아니다). 책 오른쪽 상단에 충전된 코인이 얼마인지 디지털적으로 시각화되어 표시되어 있는데, 꽤 큰 금액이 충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만화를 보는구나. 나는 감탄하며 만화 잡지를 앞뒤로 휘리릭 넘겨본다. 그러면서 갖가지 궁금증을 떠올린다. 잡지는 얼마일까, 1년 정기구독료는 얼마일까, 정기구독을 하는 사이에 잡지가 폐간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등등.


장면이 바뀌었나? 나는 뜬금없이 에반게리온 작화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마징가의 모습을 떠올린다. 에반게리온처럼 예리하고 세련된 작화는 매력이 없다는 누군가의 의견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현실에서 그런 의견을 접한 일이 있었던가? 그런 기억은 전혀 없는데. 어쨌든 나는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보다 더 난데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나는 거대한 건물들이 있는 장소에 와 있다. 건물에서 인도로 통하는 높은 계단 중간쯤에 헐크(혹은 헐크로 생각되는 존재)가 있다. 반대편 건물 상단에 한 히어로가 초록빛을 발광하는 구 형태의 기로 자신의 몸을 감싼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나는 다급하게 헐크의 곁으로 다가가 현재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한바탕 싸움이 있었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나는 단전에 힘을 주며 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언제 공격을 받을지 몰라 불안하다.


갑자기 반대편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일제히 외부 창이 와장창 깨져나가며 부서진다. 강한 충격과 함께 광풍이 몰아치고 그러한 촉감이 피부로 전해진다. 곧 이쪽에도 공격이 이어진다. 우리는 건물 안으로 전력 질주하며 도망친다. 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부서져 내린다. 그런 가운데 스파이더맨이 나타나 우리를 낚아채고 부서지는 건물 잔해 틈을 활공하여 건물로부터 멀리 벗어난다. 더 이상 거미줄로 지지할 만한 곳이 없을 텐데 하는 걱정이 드는 순간 널찍한 공터에 거칠게 착륙한다. 무사히 벗어난 건가? 아직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주위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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