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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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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Apr 03. 2020

나는 꿈들을 기억해내려 애쓴다

꿈의 기록_꿈, 기억 그리고 망각

몇 가지 꿈을 꿨다. 공포스러운 장면, 기묘한 상황, 미스터리 요소가 뒤섞인 이상한 꿈들. 여러 조각의 꿈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떠돈다. 그러면 조급증이 밀려든다. 잊기 전에 적어둬야 한다는 강박. 꿈의 기억은 너무나 쉽게 망각된다. 하나의 꿈을 기록하는 동안 다른 꿈들은 빠르게 잊힌다. 좀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꿈

첫 번째 꿈에 군대 동기인 L이 등장했다. 태권도장과 같은 곳-확실하진 않다-이 배경이었고 L과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잠시 주저하더니 어떤 사실을 내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상당히 내밀한-아마도 가정사와 관련된 듯한-이야기였는데 종국엔 울음을 터뜨리며 흐느끼는 것이었다. 나는 L을 감싸 안으며 토닥여 주었다.


두 번째 꿈

다른 장면에서 음울하고 기괴한 상황이 펼쳐진다. 마치 세피아 필터를 낀 듯한 분위기의,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중충한 공간에 놓여 있고 모든 사람들이 벌거벗긴 채 천장에 매달린 사슬 같은 것에 두 팔이 결박되어 매달려 있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의 틸다 스윈튼 이미지를 지닌 한 여자가 사람들 틈을 지나다니는데 그 모습은 흡사 비밀 종교 집단의 교주를 연상케 했다. 나 역시 결박되어 있는지 아니면 제삼자의 시선으로 따라가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세 번째 꿈

또 다른 꿈에선 친구 K와 어느 대학 행사에 참석했다. 무대에는 밴드 멤버들이 있었고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K는 음악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였고 나는 그를 따라나선 것이었다. 나는 K가 어떤 식으로든 나를 그가 속한 매체와 연결시켜주기를 바라는 한편, 과연 내가 음악 관련 기사를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K는 그런 건 전혀 문제될 게 없으며 걱정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가운데 사람들과 알은척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K와 떨어져 군중 속을 누비고 다니다가 낯익은 여자 얼굴을 발견했으나 다가가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행사장 뒤쪽에는 DSLR 카메라를 갖춘 기자들이 행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태도가 오만해 보인다고 느꼈다. 나는 그쪽에 눈길을 주지 않고 의자 위에 올라가 휴대폰 카메라로 행사 전경을 여러 컷 찍었다.


네 번째 꿈

거대한 풀장이 딸려 있는 고급 호텔 안을 거닐고 있었다. 고층이었는데 통유리를 통해 풀장의 구조를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완만한 경사가 이루어진 곳으로 높낮이가 상당했다. 나는 풀장 쪽으로 내려갔다.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사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위쪽에서 엄청난 물 폭탄이 해일처럼 몰아쳐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정면으로 물을 맞지 않으려고 점프를 시도하며 가장자리로 이동하려 했다. 그런다고 해서 물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다소나마 물 폭탄의 흐름에서 비껴 설 수 있었다.


다섯 번째 꿈

바로 앞 꿈의 장소와 연결되는 내용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곳에서 아이들이 물놀이 기구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는 아이들의 생사가 걱정되어 다급하게 그들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가장 높은 지점의 주변을 맴돌다가 가장자리에서 수직 구조의 비밀 통로를 찾아냈고 그 안에 아이들이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이미지는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만 해도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떠다녔지만 이 내용을 적는 와중에 희미해졌고 이제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여섯 번째 꿈

새벽에 잠에서 깨어 꿈을 복기해보다가 도로 잠들었는데 또다시 꿈을 꿨다. 이것도 금세 기억이 흐릿해졌는데 대략적인 내용만 적어보자면 이렇다.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회합이 진행 중이고 (대상이 불분명한) 어떤 발굴 작업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시신 발굴에 관한 것이었던가? 누가 시신을 유기한 것인지 미궁에 빠진 상태인 듯한데 결정적인 순간 한 아이가 회합에 참여한 한 남자를 지목한다. 바로 저 사람이라고. 지목당한 남자는 놀란 눈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빠르게 쫓는다. 자신은 아니라는 듯. 하지만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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