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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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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Apr 07. 2020

취재 가는 길

꿈의 기록_어떤 고민

새벽녘 잠에서 깼을 때 꿈의 세세한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잠시 꿈의 기억을 되뇌어 보았는데 꿈에서 겪은 일들이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평이한 내용이었기에 기록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그러다 곧 다시 잠에 빠졌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일기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베어 앱을 열어 적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으로 시간을 허비할 바엔 기록을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디테일이 훨씬 살았을 텐데. 새벽의 판단력은 꿈만큼이나 흐리다.




취재를 하러 먼 길을 가는 중이었다. 아마도 경남 지역 끝자락인가 그랬다. 차를 타고 가다가 어느 지점부터 KTX로 갈아탔다. 나 외에 일행이 둘 더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외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다 따로 이동하면 교통비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젠가 유튜브 영상에서 봤던 사람들인데 다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 열차 안에서 그들과 나란히 앉은 채 간간이 말을 섞으며 목적지로 향했다.


지방 출장과 관련한 교통비 문제는 포토그래퍼와 동행하게 될 때 종종 하는 고민인데, 꿈에서도 나는 각각 따로 이동할 때와 함께 이동할 때 어느 쪽이 싸게 먹힐지를 내내 계산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는 게 맞겠지? 게다가 운전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잖아. 그런데 차를 어디다 뒀더라? 나중에 잊지 말고 차를 가져가야 할 텐데. 차를 타고 가다가 열차로 갈아 탄 경우에는 교통비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는데 열차를 타게 됨으로써 문제가 더 복잡해진 게 아닌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멤버가 바뀌어 있었다. 군생활을 함께했던 선임 K와 함께 또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탔다. 돌아온 뒤에는 어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우리처럼 밥을 먹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밥을 먹으며 처음 길을 떠날 때 몰고 갔던 차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더듬다가 휴게소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때부터 나는 줄곧 휴게소에 주차해둔 차를 어떻게 도로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휴게소까지 어떻게 가느냐, 열차로 가느냐, 차로 가느냐, 차로 간다면 누구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느냐 하는 문제.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곳에는 친구 H도 있었는데 그 역시 밥을 먹는 중이었다. 나는 H에게 다가가 휴게소까지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내심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H는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거절의 뉘앙스를 내비쳤다. 나는 그럴 줄 알았다며 웃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씁쓸했다. K에게 휴게소에 다시 갈 거냐고 물었다. 그가 그럴 거라고 해서 어떻게 갈 거냐고 물으니 그 질문엔 즉각적인 대답을 피했다. K도 확실한 방법이 없나 보다 하고 생각하며 식기를 반납했다. 벽에 달린 냅킨 홀더에서 냅킨을 뽑아 입술을 닦고는 휴지통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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