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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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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Mar 28. 2020

꿈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꿈 일기, 무의식을 찾아가는 여정

어린 시절엔 꿈을 많이 꿨다. 성인이 된 후, 그러니까 20대까지만 해도 그랬던 듯하다. 가위에 눌리는 일도 잦았다. 10대를 벗어나 30대를 바라보며 질주하던 시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순간이 많아서였을까. 지금이라고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없겠냐마는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시기와 지금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꿈을 자주 꾸던 내가 언젠가부터 꿈을 꾼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했다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꿈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고 해야 할까. 뇌의 활동이 활발한 이상 우리는 늘 꿈을 꾸고 사는데 나는 어느덧 간밤에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잠에서 슬며시 깨어났는데 나의 의식이 뭔가 불명확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다. 눈은 감고 있었던가. 눈이 슬며시 뜨이는 순간 내 옆에 검은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움찔하여 반사적으로 눈을 도로 감아 버렸다.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여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의식이 확실히 깨어 있는 평소와 비교하면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졌다. 시간이 꾸물꾸물 더디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나는 다급하게 주기도문을 외웠다.


20대 후반 꿈에 관해 쓴 글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찾아봤다. 가위눌린 상황을 재구성해서 쓴 것인데 두려움에 짓눌린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대처하려 했는지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내 주변 환경이 나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주말마다 성당에서 교리 공부를 했었는데 가위에 눌린 상황에서 주기도문을 외울 생각을 했다는 건 그런 경험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늦은 나이에 등 떠밀려 성당에 나가게 된 탓에 끝내 내 안에 움트지 못한 종교적 믿음에 기댈 생각을 했다니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가.


꿈 일기를 본격적으로 써보자고 생각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가끔이라도 꿈 내용을 적어 두었더라면 분명 의미 있는 발자취로 남았을 텐데 왜 진작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몇 차례 꿈 내용을 끄적인 적은 있었으나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 무심히 넘겼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일에 인색했다. 나 자신과 소통하고 나를 깊게 성찰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나를 잘 알지 못하면 인생의 항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마련인데 내 경우가 그렇다. 이제라도 꿈을 기록해보기로 한 건 더 이상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에서 비롯됐다.


꿈 일기 쓰기의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이것이 글쓰기의 강한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꿈 일기 쓰기는 글쓰기의 문턱을 낮춰준다. 어지간히 글쓰기를 귀찮아하는 나로서도 꿈 일기 쓰기는 즐겁게 할 수 있다. 새벽녘에 꿈에서 깬 뒤 눈을 비비며 내용을 끄적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일종의 놀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길든 짧든 꿈 내용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 놓게 되면 글의 완성도를 떠나 뭔가를 끝맺음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꿈 일기를 제대로 쓰자고 마음먹고 실천에 옮긴 순간부터 꿈도 더 자주 꾸게 됐다는 걸 느낀다. 꿈을 의식할수록 확실히 꿈을 꾸는 빈도가 잦아졌다.


멋대로 해석하자면 꿈을 꾼다는 건 무의식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흥미로운 이야기 조각을 잔뜩 지닌 채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외면할 게 아니라 적극 응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그럴수록 이 대화는 더욱 풍성해질 테니까. 무의식이 어디로 흐르는지 찾아가는 여정이 될 터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는 근거 없는 희망. 모를 일이다. 무의식이 던져준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될지도. 그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탐정 노릇을 해볼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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