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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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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Mar 26. 2020

통로

꿈의 기록_버려진 땅

어느 집 위층에 다락방 같은 곳이 있고, 우리는 그곳을 탐색하려는 중이다. 거기에 먼저 다다른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서너 명 정도다. 방안 벽면에 직사각형 형태의 아주 작은 구멍이 있다. 그곳을 통과해야 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나보다 앞서 먼저 그 구멍을 통과한다. 다음은 내 차례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통과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일단 머리부터 들이민다. 어느 정도 머리가 들어가자 어깨를 최대한 좁혀 본다. 곡예 수준의 유연함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여길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되겠어. 기껏 우리 정도밖에 안 되겠는데?” 나는 이렇게 말하며 꾸역꾸역 구멍을 통과하려 애쓴다. 허리께를 지나가게 되자 뒤에서 누군가 나를 밀고 있다. 친구 L이다.


통로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말하자면 ‘차원의 문’ 같은 성질의 것이다. 통로 너머에는 기묘한 풍경의 외부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버려진 땅'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심하게 오염된 곳으로 주변은 쓰레기로 가득 뒤덮여 있으며 악취가 진동한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쓰레기 하치장인가. 쓸모를 찾아보기 힘든 잡동사니가 사방에 널려 있다. 서너 명의 일행과 함께 그 구역을 탐색하려는 동안 그 외 나머지 사람들은 통로 안쪽에 머물러 있다. 통로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그곳의 지면은 통로가 있는 벽면으로부터 1층 정도 높이 아래에 있다. 땅에 발을 딛자 물컹한 느낌이 난다. 물침대를 연상케 하는 꿀렁꿀렁함이 느껴진다. 불쾌함과 역겨움을 자아내는 촉감이다. 일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구역 전체의 지면이 그런 특성을 지닌 것 같다. 이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천천히 나아가며 조사해보기로 한다. 사방을 둘러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구역은 우리가 통과한 문 밖에 위치한 외부 장소이거나 혹은 어떤 특정 연구 차원의 목적에서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곳일 가능성도 있겠다는 것이다. 


돌연 뭔가가 지표 아래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있어!" ‘그것’이 우리 주위를 빠르게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땅 아래를 훑고 이동하는 데다 움직임이 매우 빨라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일행은 모두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다. 그 순간 ‘그것’이 땅 위를 뚫고 치솟아 일행 중 한 명을 낚아챈다. "으악!" ‘그것’은 거대한 괴생명체다. 흘러내리는 진흙더미 같은 몰골에 곤충의 다리처럼 얇고 예리한 팔다리를 갖춘 듯한 형체인데 그런 괴이함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흉측하고 끔찍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는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괴생명체는 팔 하나로 우리 일행 한 명을 너끈히 낚아채고 공중에서 흔들어댈 만큼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민첩하기까지 하다. 그 순간 또 한 번 희한한 상황이 내 눈에 포착된다. 다른 일행 한 명이 스파이더맨 수트를 착용하고는 괴생명체 뒤쪽에서 몰래 접근하고 있다. 그는 아이언 스파이더맨 수트를 이용하여 거미 다리를 일제히 뽑아내더니 그것들로 괴생명체를 포박하고 압살해 버린다. 괴생명체를 완벽하게 제압했다고 생각한 그는 여유를 부린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급습한 다른 괴생명체에게 일격을 당해 나가떨어지고 만다. 젠장, 촐싹거리다 또 당했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낙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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