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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Oct 29. 2018

야근 때 생각 35

시간: 17:30


곽 실장이 옆에 와서 이야기를 한다. 옛날 옛적 해묵은 군대 이야기를.

옛날 군대에서 참모총장인가 아무튼 대장 이상 급의 높은 지휘관이 어떤 부대를 방문하고 나서 마음에 그렇게 들지 않았는지 한마디 지나가는 말로 뱉었다고 한다.

“요즘 다소 기강이 해어진 것 같소”.

그 한마디에 상급 지휘관부터 시작해서 군대 기강 강화에 대한 지침과 명령 하달을 하급 부대로 전파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에 중대급으로 온 기강 관련한 지침이 매뉴얼처럼 바뀌어 책 한 권으로 내려올 만큼의 지시가 내려와 전파되었다고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CEO가 얘기하거나 부회장이 말 한마디 하면, 그 말은 죽 명령체계를 타고 오면서 오만 가지 살이 붙고 붙어 거대한 보고서와 품의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가장 전선에 있는 법인으로까지 오게 되어버린다. 

과잉충성경쟁 탓일까. 아니면 우리를 길들이기 위한 것일까? 곽 실장의 고민이 더욱더 커지는 만큼, 과장과 대리의 고민은 그 두 배로 고민이 더 커진다. Best Practice라는 이름 아래에 공유되는 또 다른 보고서의 양식만큼 그 사례를 만든 놈에 대해서 좀처럼 얄미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상급자가 좋아하는 Best Practice는 모두에게 공유되어, 우리를 더욱더 옥죈다. Best Practice가 누군가 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Practice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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