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 요리 중에 김밥이 제일 어려웠었다. 소비 에너지 100점 만점에 100점!
속재료 최소 예닐곱 가지를, (밥부터) 양이며 간이며 어떻게 맞추고, 순서는 또 어떻게 되는 거야...
다 준비하고 나서, 마는 건 얼마나 까다롭던지. 못나거나 망치거나.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음식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김밥.
1년에 최소 한 번 소풍,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10여 년, 곱하기 세 명.
많이 말아본 사람일수록 "김밥, 그까이꺼"라고 한다는 걸 깨닫고, 믿기로 했다.
이젠 엄마로서 좀 소홀했나, 싶을 때 만든다. 아이들도 남편도 너무 좋아하고, 나도 맛있다.
현재 소비 에너지는 50.
1. 밥을 짓는다. 다 되면 소금, 참기름, 깨로 양념한다.
(10줄 만들려면 쌀 5컵. 소금은 계란후라이 할 때 심정으로, 참기름과 깨는 아깝지 않을 정도로.)
2. 속재료 상: 시금치는 데친 후 무치고, 당근은 채 썰어 기름에 볶고, 계란은 풀어 얇게 부친다.
(간은 조금 간간하다 싶을 정도로. 계란은 10줄 만들면 5개)
3. 속재료 하: 어묵은 간장과 매실액으로 조리고, 스팸/햄은 잘라서 굽고, 단무지는 물을 빼놓는다.
(어묵은 이미 조미되었으므로 거든다는 심정으로. 단무지 대신 무김치나 총각김치를 넣으면 완전 맛남)
4. 김발 위에 김을 놓고 밥을 얇게 편 후, 재료를 넣고 재주껏 만다.
(김은 거친 면이 위로 가게. 밥은 아래 2/3 정도만 깔고, 맨 위에 밥'풀'을 붙인다.)
*김밥은 오만 가지로 변주할 수 있다. 오이, 맛살, 우엉, 진미채, 멸치... 멋대로 넣고 빼자.
그렇게 어려울 수 없던 아이 예방접종도 익숙해질수록 할 만했다.
하지만 세 아이를 한꺼번에 데리고 나까지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날엔 짧고 굵게 정신이 없었다.
안 맞겠다고 징징대다 발악하고, 맞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끝나자마자 울고불고... 빨리 끝내려고 톤을 높이는 의사 샘과 한 아이를 안은 채로 다른 아이들을 달래고 진정시키는 내 목소리가 동시에. 진정한 서라운드!
'아비규환'이란 단어를 지우고 진료실을 나올 땐 진짜로 땀을 닦았다.
11/9/6세이던 2년 전. 겨울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순서는 겁내지 않고 잘 참는 순. 꼴찌는 둘째와 셋째가 난형난제였으나, 목소리가 우렁찬 셋째를 마지막에 맞히기로 했다.
무섭다고 안 맞겠다고 난리였던 둘째가 끝났다.
이제 마지막 셋째 차례. 더욱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온몸으로 거부하자, 한쪽 의자에 앉아 조용히 어깨를 문지르던 둘째 왈,
ㅡ (고고하게) OO야, 울 일은 아닌 것 같아.
읭? 모두가 어이없는 틈에 셋째 접종 완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