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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Feb 05. 2024

이래서 먹는구나, 고구마빠스

자세히 보아야 (정체를) 알 수 있다. 오래 보아야 먹음직스럽다.


무인도에서 평생 단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나는 아묻따 '고구마'다. 고구마를 많이 좋아하고, 이미 많이 먹었다. 이러다 고구마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주로 굽거나 쪄서 먹는다. 그렇게만 해도 완벽에 가깝게 훌륭한 고구마에 무언가 조리 행위를 더한다는 것은 낭비요, 고구마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고구마를 보면 질겁한다. (엄마... 또 고구마야...?) 한가득 쪄둔 사랑스러운 고구마들이 하루, 이틀... 고독해 보이면, 무언가 조리 행위를 더할 수밖에. (낭비요, 모독...ㅠㅠ)


고구마라떼를 만들기도 하고,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굽기도 한다. 제일 반응이 좋은 것은 고구마빠스.

(참고로 맛탕의 시럽은 설탕과 물, 빠스는 설탕과 기름)


1. 고독해진 고구마의 껍질을 벗긴 뒤,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자른다.


2.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 굴려가며 노릇노릇 굽는다.

(이미 익혔으니 진짜 튀길 필요는 없다. 기름까지 낭비할 수는...)


3. 고구마를 건져놓고, 남은 기름에 설탕과 올리고당/꿀을 녹인다.

(절대! 젓지 말라고 하는데, 녹고 있는 건지 의문을 품는 사이 설탕이 타기 십상. 그러므로 끓으면 보글거리는 올리고당이나 꿀을 넣자.)


4. 올리고당/꿀이 보글거리면, 고구마를 넣고 재빨리 섞는다.

(젓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땐, 팬을 흔드는 것으로 노파심을 거둔다.)


웬일. 맛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와 관계가 변한다.

서서히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흠칫 놀라고, 정신 차려보면 역전돼 있다.


첫째가 곧 만 12세. 작년부터 눈빛이 달라졌고, 혼자 있으려 한다. 얼마 전엔 눈이 펑펑 오는데도 달려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내 차림새에 참견을 하는데...


1호: 엄마. 또 화장하는구나?

나: 응, 엄마 약속 있어.

1호: 화장하지 말라니까? 엄마도 말했잖아. 화장하면 피부 안 좋아진다며.

나: ...

1호: 그리고 엄마는 화장을 안 한 게 더 이쁘다니까. 아휴. (어쩌고 저쩌고...)

나: 알았다, 알았어.

1호: 아~ 잔소리하니까 기분 좋다. 엄마가 이래서 잔소리하는구나!

나: (-_-)


딸아... 잔소리는 책임지는 사람이 하는 거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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