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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Feb 06. 2024

자꾸 뭐가 나오는, 샌드위치

토마토가 없으면 사과, 양상추 대신 상추나 로메인. 그러나 껍데기는 필수.


샌드위치는 원래 간편한 음식이 아닌가?

음식의 유래를 떠올리면, 만들기도 먹기도 그래야 마땅한데... 어째 그렇지가 않았다.


만들 때 번잡스러운데, 만들어놓으면 볼품이 없었다. 맛은 심심했다.

들고 먹으면 내용물이 자꾸 나와서, 아이들은 주섬주섬하다 결국 해체해서 먹었다. (샌드위치 백작님이시여..)


이래저래 사먹는 걸로 노선을 정할 때쯤, 발견한 것이다. '랩'을.


1. 식빵 모서리는 자르고, 토스터기에 굽는다.

(토스트는 안 해도 되는데, 하는 게 낫다는 식구들의 평. 자투리는 마늘빵러스크를 만들면 인기 만점.)


2. 구워진 빵 한쪽 면에 마요네즈+머스터드 소스를 바른다.

(여기까지 아이를 시킨다. 아주 잘한다. 매우 좋아한다. 정말 편해진다.)


3. 양상추는 씻고, 토마토는 자르고, 계란후라이를 하고, 베이컨/햄은 굽는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치즈가 있다면, 놀랍게도 계란후라이나 베이컨이 없어도 맛있다.)


4. 빵 사이에 치즈, (계란, 베이컨/햄,) 토마토, 양상추를 합리적으로 넣고 랩으로 꽁꽁 싼 다음, 반을 자른다.

(되직한 발사믹식초나 사과농축식초를 채소에 뿌리면, 맛의 한끗.)






개인적으로 공부는 '의욕'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함부로 고갈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나름의 빌드업이랄까.) 아이가 심해서 괴로워할 때 이면지에 몇 자 적어주면, 형형한 눈빛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언니들이 없어서 몸을 꼬는 막내에게 수학문제를 내주고(3+4, 10-2..) 고요해진 틈을 타, 나는 내 일을 했다. 잠시 후 낑낑대는 소리에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3호/7세: (울상) 엄마.

나: 왜?

3호: 4를 쓰는데 자꾸 별이 나와...


음...? ㅋㅋㅋ 어떻게 하는 거야? 그거 아무도 못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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