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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Feb 13. 2024

소고기뭇국, 요리사는 안 되겠지만

웬만하면 맛있다.



국을 먹을 만하게 끓인 후로 '요리를 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레시피대로 하기만 하면, 원재료와 조미료의 맛으로 얼추 맛이 나는 다른 요리와 달리, 국을 맛있게 끓이는 일에는 배합이나 순서와는 차원이 다른, 손맛이나 솜씨와는 결이 다른, 요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타고난 '감각'이 필요한 것 같다.


주부로서 숙련 끝에 몇 가지 국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는 아니고) 그럭저럭 먹을 만하게 끓인다. 그중 소고기뭇국은 입맛 다른 우리 식구 모두에게 '호'. 한 솥 끓이면 다음날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소비 에너지 35.


1. 들기름/현미유 두른 냄비에 자른 소고기를 볶는다.

(고기의 겉이 익을 때까지. 나는 다진마늘을 요때 넣는다.)


2. 1에 나박썰기 한 무를 한 바가지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달달 볶는다.

(물을 넣기 전 오래 볶아야 더 맛남.)


3. 물을 붓고 오래오래 끓인다. 다시마도 몇 개 쏙.

(끓기 전엔 강불, 끓고 나선 뚜껑 닫아 약불. 40-50분 푹~)


4.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파 송송 후추 톡톡.


맛이 없다면? 국간장이 맛없거나, 고기가 안 좋거나, 무가 영 별로거나(가능성 순).






아주 가끔, ‘엄마는 왜 직업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사회구조적인 상황과 개인적인 사정을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복잡해지는 마음을 고이 내버려두면, 아이의 카운슬링을 받을 수 있다.


3호: 엄마. 큰이모는 커서 미용사가 됐는데, 엄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나: 엄마? 글쎄, 뭐가 되면 좋을까?

3호: 음... 화가.

나: 화가?

3호: 응. 음... 그런데 화가는 안 되겠다.

나: 왜?

3호: 화가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하잖아.

나: OO이가 엄마 그림 잘 그린다고 했잖아.

3호: 잘 그리지만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아.

나: ㅋㅋ 그렇구나. 그럼 뭐가 될까?

3호: 나는 엄마가 축구선수가 되면 좋겠어.

나: 축구선수? 왜?

3호: 엄마가 이기면 좋잖아.

나: ㅋㅋㅋ 그런데... 축구선수도 축구를 잘해야 할 텐데.

3호: 그건 연습하면 되잖아. 연습하면 뭐든지 잘할 수 있잖아.

나: 그럼, 그림 그리는 것도 연습하면 되는 거 아냐?

3호: 하지만... 화가는 처음부터 잘 그려야 하는 거 같아.


ㅋㅋㅋㅋ 알았어. 참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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