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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Feb 12. 2024

가만히 보니까, 과일도 예술

짜잔~ 이거슨 눈으로 보는 예술이 아니여!


식사를 아쉽게 했을 때는 후식을 알차게 먹는다. 그럴 경우 과일이 최고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대체 뭔 말이람?)

그런데 그날이 그날인 나날을 살다 보니... 과일을 접시에 놓을 때 낯선 예술혼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내가 민망할 정도로 감탄하며 좋아했고, 더 잘 먹었다. (옛말엔 틀린 게 없지, 암.)


1. 과일을 깨끗히 씻고, 아이들이 먹기 좋게 손질하고 자른다.


2. 예술혼을 일깨워서 접시 위에 멋대로.






되는 대로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정리를 하고... 그렇게 쳇바퀴를 돌 듯이 나를 굴리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거칠고 뾰족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적을 하고 신경질을 부리고 짜증을 내고 나면, 그게 그럴 일이 아니란 걸 나도 알았지만, 여전히 '사포'인 채로 닿는 곳마다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어느 날에도 그렇게, 종종대고 빨래를 널면서, 무언가 맘에 들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뭐라고 말을 내뱉었다. 분위기를 황폐하게 만들고, 황폐해진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다섯 살이던 막내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3호: 엄마 빨래 참 잘한다. 내가 가만히 보니까 엄마가 빨래를 정말 잘하더라.


...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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