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육각형인 나라는 없다

익스큐즈미, 신혼여행 왔습니다 6

by 씀씀


음식 이슈로 꼭 89박 90일 같았으나 현실은 8박 9일의 머무른 튀르키예 떠나 도착한 나라 이집트.


이집트라니. 피라미드와 사하라가 있는 이집트라니! 거기에 이 몸이라니! 인생 살아봐야 안다는 말만큼은 죽을 때까지 질리지 않고 하게 될 것이 분명함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신혼여행 준비의 98프로는 나의 몫. 사귈 때부터 여행은 그렇게 다녔다. 상대가 해봤자 성에 차지 않을 게 뻔하니 내가 다시 알아봐야 할 일. 굳이 시간 따블, 수고 따따블 할 바에야 효율적으로 가는 게 맞았다.


암만 서두르고 오두방정으로 준비한들, 대비에는 한계가 있다 생각하는 타입이라. 웬만치 챙겼으면 나머진 현지 가서 경험하며 계산기 두들기는 것이 최선의 마무리라 여긴다. 공부도 시험이 낼모레란 시의성이 보태진 벼락치기 집중도가 제일 높듯, 여행도 이역만리 타국에 있다는 현장감이 실려야, 최고의 검색 능력이 발휘되지 않겠냐는 접근인 것인데.


암만 명성 중에 악명으로 더 위상 높은 이집트 여행이라한들, 내 개똥철학을 깨트릴 순 없었다. 여행하기 좋은 나라도 변수며 돌발이 태반인데 그렇지 않은 나라가, 준비며 대비란 게 되겠냔 말이다 어디. 일찍이 알아봤자 걱정 밖에 더하냐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이 오만함은 미리 해둬야 할 건 다 해두고 가기에 가능한 자유로움었을 수도 있겠다.


#1. 우버는 괜찮다면서요


이집트. 네가 피라미드로 시작해 "택시?"로 끝나는 나라야? 오키. 그럼 그 택시 어떻게 탈지는 내가 정한다.


간접 경험과 그 학습의 힘은 대단한지, 입국 터미널 출구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나서면 택시 떼창이 들릴 거야 그렇게 즉흥적으로 타는 택시는 눈탱이 밤탱이고“ 읊조렸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수수료 없다는 에이티엠기 환전은 마쳤으니, 이제 택시 차례.


#카이로공항 #택시 #바가지 #방법

네 가지 키워드를 함께 검색어로 던졌고 두 개의 포스팅으로 크로스체킹을 마쳤다. 그래, 우버 너로 정했어.


그 길로 이름이 '쏘리 땡큐'인 개선장군이다 생각하고 두세 걸음에 한 번씩, 이름을 말하며 당당히 나아가니 택시 모객은 유난스럽지 않았다. 우버도 잡혔겠다 얌전히 기다리는데, 왜 이 택시 출발을 안해? 때마침 도착한 기사 분 메시지란 어디냐는 물음도 곧 가겠다는 알림도 아닌 “cash?”. 오 웰컴 투 이집트구나. 거기서부터 쎄했다.


양립이 힘든 대상이 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심신의 감각이라 할 수 있는 피곤과 설렘. 피곤과 나란히 놓이려면 무기력과 같이 동질이거나 활기처럼 반대 것이 자연스럽지, 설렘은 이상하지 않은가. 설렘 입장도 마찬가지. 기대나 희망과의 연결이 그럴싸 할 거고 반대 결로는 낙담, 포기가 거론될 수 있을 테지만 피곤이라니? 허니 피곤, 설렘은 서로에게 서로가 다른 행성의 존재. 그런데 살다 보면 이 둘을 한 선상에서 무척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일도 있으니.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이 그렇다.


공항에서 숙소로의 이동은 피곤함이 디폴트. 단거리여도 비행기를 탄다는 건 과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힘든 일이기 때문. 헌데 짐을 두러든 체크인 하러든 숙소로 가는 길에는 비행의 피로함에 꾸준히 설렘과 기대가 병행을 하니 신기한 현상.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려고 왔으니까. 그러기 위해 온 곳이니까.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그걸 무너뜨린 게 카이로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이었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내 발로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기 빨릴 수가 있지.


숙소를 잡은 곳은 카이로의 다운타운. 그 중심이라는 타흐리르 광장 부근. 어느 나라, 도시에서건 '광장'이라 함은 교통과 인구가 모이고 흐르는 곳일 터. 그런데 이 광장은 모이기만 하는 걸까. 흘러가진 않는 걸까. 카이로 주민 여러분.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한민국의 수도. 가장 분주하고 복잡한 도시인 서울. 거기서도 정신없기로라면 빠지지 않는 종로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인데요. 이 광장은 왜죠? 어째서 서울을 종로를 고요와 평온의 공간으로 만들죠?


카이로의 첫 인상을 묻는다면 그 대답은 “카이로가 ‘car, 사이로’의 줄임말인 건가요?” 나 역시 묻는 걸로 대신하고 싶다. 정말 차 사이로 모든 게 다닌다. 차, 사람, 개, 고양이. 함정은 차 사이랄 간격이 없다는 거.


차선도 신호도 정신도 인내심도 없는 곳에 하나 있는 것은 오만 가지 클락션 소리. 차종마다 클락션이 참 다양한 톤으로 세팅됐음을 굳이 알게 될 만큼. 아비규환의 카이로를 체험 삶의 현장하며 우리는 뻐쩍지근하게도 환영식을 치렀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에서 운전했다 하면 운전 제법 하겠다는 소리를 듣는다던데. 카이로에서 운전했다고 하면 세계가 알아주려나. 이집트 여행 며칠차에던가 신랑에게 물었으니, 그때도 도로였을 것이다 아마.


“F1 선수 중에 이집트 사람 있어? 이집트 출신?"


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는 모르겠다를 말했지만, 내가 그 질문을 한 이유는 알겠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대혼돈의 카오스를 뚫고 마주한 또 한 번의 카오스는 택시 밖이 아닌 안.


도착했다는 말에 신랑과 타기 전부터도 준비하고 타는 내내도 논의한 바대로 250 파운드를 내밀었다. 우버에 찍힌 것은 205파운드였으나 작은 단위의 파운드가 없었고, 처음 만난 이집트 사람에게 건네는 반가움이 담긴 나름의 팁이었다. 실은 물론, 택시가 왕이고 바가지는 인정이라는 문화 특성상 이걸로 될 리 없을 거란 생각을 했던 터라, 50파운드를 더 꺼내놓긴 했었다.


잠깐이지만 뭉크의 절규를 눈 앞에서 보았다. 내가 건넨 250파운드를 본 기사 분 얼굴에서다. 그 표정은 타흐리르 광장의 교통 정체보다 심각했으나 끼어들기를 하던 때만큼 단호했다. No! 20달러를 달란다. 진짜 기 막혀 코 막혀, 눈 뜨고 코 베여,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어. 관광객 바가지가 있어도 그렇지. 205파운드를 뭘로 어떻게 튀겼기에 20달러가 된단 말인가.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말문이 막힌다지. 당시 한국말이 쉴 새 없이 나오던 걸로 보아 나는 말문은 뚫려 있었으나 그 상황에 쓸 아는 영어가 없어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판단. 나보다 이미 어린데, 생긴 것도 원체 동안이라 호구 잡히기 딱 좋을 순딩이 신랑은 안 된다. 우버에 215파운드였던 것을, 잘 데려다준 것에 감사해 250파운드를 준 것이다. 20달러면 원래 금액보다 몇 배가 많은지 아냐며 항변했으나 무쓸모. 이미 우리는 기세에 눌렸다. 이곳은 기사 청년의 홈그라운드.


기세등등한 기사 청년의 멘트는 점점 가관이었으니 우버 업데이트 안 된지 5년이란다. 요금 인상이 반영이 안 됐단다. 보자 보자 하니까 그거 택시 요금 더 받겠다고 거짓말이 어디까지 가니 너?


이건 논쟁이 불가피하겠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랍어를 못 했고 기사는 한국어를 못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어. 그런데 그 영어를 신랑보다 기사가 더 못 했다. 하여 불리했다. 우리는 뭐로든.


기사의 최종 딜은, 20달러 또는 1200 이집션 파운드. 아니 이 황당한 계산법은 어떻게 가능한 거지. 내가 아무리 수포자였어도 저건 틀렸다. 아니 이 택시 요금 자체가 틀렸다. 어쩔 수가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영어를 못 하는 기사 분에겐 영어를 못 하는 내가 맞다. 신랑! 누나한테 맡겨!


노!!! 디스 프라이스 베리베리 익스펜시브!

위아 허니문! 나우 베리 앵그리, 쌔드, 타이어드!


허니문에 동한 것일까. 영어를 못 하는 중년에 접어든 것 같은 여성의 짠함에 마음이 동한 것일까.


허니문 첫날이냐기에, 튀르키예 미안! 바로 그렇다 하니 엄청난 한숨과 함께 천 파운드를 말하는 기사 청년. 한숨을 네가 쉬어? 귀한 내 승질머리를 보여줄까 싶었지만, 영어로 승질 내는 법은 배운 적이 없었다. 욕 밖에...


"유 메이크 투 이미지 오브 이집트!" 느낌표가 붙었어야 마땅한 말에, 이게 맞는 말인지 확신이 없는 데서 기인한 쭈구리 말줄임표가 붙었고, 거기에 ‘에잇 헌드레드파운드 플리즈’와 같은 돼먹지 못한 나만의 영어와, 나름 원어민 같은 신랑의 말들이 얼마나 더 보태어졌을까.


너희 정말 고마운 줄 알라는 한숨 섞인 체념 위로 오케이를 들었으니. 최종 8백 이집션 파운드에 우리는 땡큐 땡큐! 나이스 가이를 연발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체크인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올라가고 방에 들어가고 침대에 소파에 걸터앉아서까지, 누구 하나 말이 없기를 십여분.


"근데 205파운드인 걸 800파운드를 줬는데, 우리가 왜 고맙지?"

"땡큐를 한 번도 아니고 너무 여러 번 했어"

"그 기사 오늘 소고기 사 먹겠네"

"이집트도 소고기가 비싼가?"

"밥 먹자. 한 시간 반 있다가 시와 출발이야“

"뭘 먹지 여기서… 터키나 여기나 똑같을 거 같아“

"아까 맥도날드 있던데. 맥도날드는 괜찮지 않을까“

"그 거리를 어떻게 걸어가. 택시 부르... 아 걷자"


이집트에서는 인드라이브 하세요.

그거시 저희가 찾은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나한테는 허니문, 당신에겐 불청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