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은 덜 퍽퍽할 이런저런 레시피라도 있지. 현실의 팍팍함은 일절 그런 것 없이, 그저 버티고 견디며 나아가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생각만 해도 숨 막히는데.
헌데 그런 와중에 만약, 그 고비사막 뺨치는 건조함을 유들유들하게 만들어 주는 긍정회로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희망이나 착각 같은 거요.
전 그게 둘 중 뭐건, 현실을 말랑말랑하게 해준다면 일단 들입다 가동해도 되지 않을까요에 한 표 던집니다.
왜냐하면 꼭 감정의 사용에 앞서,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고 추후 당사자의 안전도까지 예측해 보는, 막상 인생 즐겨야 할 적기에 못 즐기게 하는 그 절차에 대해 좀 회의적인 편이라서요.
인생 윤활유가 되는 감정과 사고의 원재료가 충분히 설득력 있는 희망이면 어떻고, 쟤 왜 저래 싶은 착각이면 어떤가요. 둘 중 뭐를 품는대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은데,
퍽 실현 가능한지, 가능성이 몇 퍼센트인지 계산기 두드려서 50% 이상의 확률이면 오, 네 그 바람은 희망! 지금처럼 계속 꿈꿔도 되겠어! 하는 눈빛으로 손뼉 치면서 응원.
본인들 보기에 그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엄청나다 싶으면, 무슨 근자감으로 저런 허무맹랑한 계획에까지 인생 모르는 거란 최면을 걸면서 몰입하는 거지? 안타깝게도 네 그 바람은 착각! 자기 객관화 좀 하자! 하는 눈빛으로 한숨 쉬면서 타박.
하는 것 같더라구요 주위를 보면.
남이 본인 인생에 거는 기대가 희망인지 착각인지가, 뭐의 퍼센테이지가 더 큰 지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지 않나.
그게 무언지보다는 그렇게라도 누군가가 잠시 잠깐, 간질간질 할 수 있었다면 몇 시간이나마 동화에 사는 것 같았다면 오히려 그래줌에 감사한 일이 아닐까.
왜 누가 로또 사놓고 왠지 이번엔 1등일 거 같아 생각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희망과 착각 중 무엇에 가까운 판단인지 각 잡고 추리하진 않잖아요. 그 며 칠 간, 마침내 또 뻔할 걸 알지만 뻔하지 않길 바라며 지내는 몇 천 원짜리 행복을 그저 귀엽다해주지.
아 현생에서 뺨 맞고 브런치 와서 눈 흘기는 건 아니구요. 별 일은 너무 없는데, 별 일이 너무 없지 뭐에요. 눈 뜨면 출근하고 달 뜨면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자야만 하는 무기력한 루틴이 매일의 급선무가 돼서 무력하게 지내다 보니까, 내가 너무 한심하고 도태된 걸 또 알아버린 게 오늘의 아무 일이라면 아무 일인 건가.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하루를 천리마처럼 살고 하는 건 아니겠지만, 나처럼 삼보일배도 아니고 뒷걸음 치진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듦과 함께 불쑥. 나야말로 더 게으르고 싶을 때는, 근거 빈약한 희망과 주관적 증빙만 넘치는 착각에 잠시잠깐 몰입하면서 그게 현실이 되길 바라며 사는구나.
그럴 때마다 맨날 인생은 모르는 거란 제일 염치없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라는 자기객관화를 또 해버렸지 뭐에요.
끌끌끌. 혀를 차다가 그렇다고 또 꾀 부리고 산 적은 없는 것도 알기에, 자기혐오까지 갈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냥 냉수 먹고 속 차리자 했다가, 변덕 한 번 어찌나 드센지... 이내 또 그 냉수잔을 내려둡니다.
그냥 착각이든 오해든, 희망 근처엔 얼씬도 못 갈 기대라고 해도 걔네랑도 속 부비면서 사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안 그러면 너무 사는 맛이 없지 않을까 하는 낭만우선주의?
왜 그저 그런 음식도 맨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톡 떨어뜨려주면 풍미가 달라지잖아요.
근데 어디 그런 한 방울들이 필요한 게 비단 음식 뿐이겠어요. 인생만 봐도 시급하지.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내 인생에도 한 번씩 그 참기름 뿌려주려구요. 윤기 좔좔까진 아니더라도 끝까지 가는 동안 더 바짝, 푸석 마르진 말자는 응원의 의미로요.
근데 잠깐.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나 지금 너무 내 인생만 오일리하길 바라나? 생긴 건 여우상이라면 인생은 아랍상이기를?
뭐 기름은 안 나더라도 참기름은 날 수 있지. 이렇게 된 거 참기름이라도 마르고 닳지 않게! 우리 더 열심히 기대하고 착각하고 오해하면서, 그게 희망이라고 믿고 살아봐요. 삶의 감칠맛은 어린 아이 같은 그 상상력 한 방울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참 느닷없지만 유독, 당신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왜 그렇게 챔기름 챔기름을 강조하셨는지, 이렇게 또 한참 지난 후에야 어른의 깊은 뚯을 배웁니다. 이정섭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