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일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럼 앞으로 뭘 하지?'였다.
오랜 시간 몰두하고 노력했던 것이 결국 아무런 궤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그라졌을 때
그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노력하고 또 인내하며 앞으로 내가 얻게 될 것들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그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는데
막상 그 대상도 결과도 내 앞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 되자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잃은 마음은 나를 계속 독촉하고
모든 기력을 다 한 나는 그 독촉을 듣고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고.
어떤 일이 실패하였을 때 그 실패가 결코 나의 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많은 책과 이야기를 들어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한다.
지금 이 실패로 내가 잃게 된 것은 2-3년의 시간뿐만이 아닌 듯하다.
이제 앞으로 뭘 한다.
오늘의 이 글은 그리고 이 일기는 앞으로 내가 뭘 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기록이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다짐이면서
또 나와 같은 순간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