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이야,
봄에 입을려고 바지 하나 샀는데
봄이 안 와
초록초록한 바지야
봄바람 살살 들어오라고
품은 넓고
여유로와
쌀쌀하면 못 입잖아
품이 넓어
여유로워
봄이 안 와
아침마다 공기를 맡아
오늘은 봄인가
아침마다 하늘을 봐
오늘은 봄인가
지나가며 나무를 쳐다봐
너는 얼마나 나왔나
바닥을 쳐다봐
구석을 찾아봐
오늘은 뭐가 있나
봄을 기다려
부연 산을 하염없이 바라다 봐
멍하고 바라보고
기다리다 지치다
바스락거리는 바지를 그냥 한번 입어봐
아직 차가운데
발끝 시린 날인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