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요일들> 6주 차.
글을 읽자마자, 에피다우로스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아주 오래된 도시더라고요,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영영 못 가게 되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영 못 가게 되어도 괜찮습니다. 가고 싶은 모든 곳들에 다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대신 이 글을 몇 번이고 읽고 구글에 에피다우로스를 계속 찾아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가본 적 없는 곳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여행하는 일, 가본다면 더 황홀할 것임을 상상하며 몇 번이고 읽고 또 보는 일. 이런 곳이 어떻게 이곳뿐이겠어요. 닮고 싶은 곳이라니, 이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풍경을 닮아간다고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각해 보면, 저도 그런 여행을 한 곳이 있었습니다. 태국의 북부에 있는 빠이가 그러했으니까요. 고작 며칠 머물렀던 그 작은 마을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합니다. 뜨거운 태양, 커다란 구름, 비를 맞으며 맨발로 걷던 아스팔트, 이름 모를 사원에 들어가 한가로이 태양을 피하고 바람을 맞던 적막. 여름이 다 끝나가는 오늘, 빠이의 여름을 추억하면 이런 감각과 풍경들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는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풍경을 닮아간다는 건,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요.
언젠가, 그때를 그리워하며 다른 글을 썼던 적도 있었지요. 빨래는 말라가고 나는 추억에 젖어간다며. 이번 주의 일요일을 읽으며 또 이렇게 추억에 젖어가네요. 사랑하는 풍경을 그리워하면서요. 언젠가, 다시 꼭 돌아가고 싶어요. '사랑은 거기 오래 남아서 그리움을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썼던 나의 예언처럼, 정말 오래된 그리움을 끌어안고 다시 한번 그곳의 일부가 되고싶어요.
혹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풍경을 닮아간다고 느낀 적 있으세요? (...) 에피다우로스는 닮고 싶은 곳이에요. -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