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 회고전
부허의 예술세계는
'해방'이라는 명확한 주제의식 아래
조각적, 수행적 작업 방식을 통해
특정한 공간에 위치하는
인간의 몸과 존재 양식을 탐구한다.
- 아트선재센터 전시 소개 글 중 -
< 전시회 정보 >
하이디 부허: 공간은 피막, 피부
2023년 3월 28일 (화) ~ 6월 25일 (일)
아트선재센터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Open 12PM - 7PM(화~일)
※ 매주 월요일 휴관
네이버 예매, 현장 예매 가능
25~64세 10,000원
19~24세 7,000원
9~18세 5,000원
예술인 패스 7,000원
소나기가 그친 틈을 타
안국동을 찾았습니다.
푸-른 풍경을 보니
이제 진짜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이번엔 아트선재센터에서 기획한
⟪하이디 부허 : 공간은 피막, 피부⟫
전시를 보러 갔는데요.
어서 냉큼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트선재센터에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볼 수 있다고
안내받을 수 있는데요.
이때, 하이디 부허 회고전은
2, 3층 전시실에서 둘러볼 수 있어요.
1층은 ⟪즐겁게! 기쁘게!⟫ 전시
하이디 부허의 작품 세계에 응답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저는 먼저 3층부터 둘러보았어요.
3F : BODY
하이디 부허 작가는
네오 아방가르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스위스 출신 작가입니다.
2021년 독일 뮌헨의
하우스데쿤스트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국제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회고전을 열었답니다.
안 가볼 수 없더라고요!
맨 처음 보게 된 작품인데요.
보자마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답니다.
잠자리가 허물을 벗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숙연해졌어요.
전시 설명에 따르면
허물을 벗고 날아가는 잠자리와 같이
위계적, 사회적 조건에서 분리되어
해방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였다고 해요.
이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바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다고 합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보나 싶어
열심히 작품을 눈에 담았답니다.
바디랩핑과 바디쉘은
위의 '잠자리의 욕망' 작품과
같은 동일선상에서 봤을 때,
마치 껍데기처럼 보였는데요.
전시 설명에 따르면
성별을 모호하게 만드는 장치이면서
곤충의 고치나 조개껍데기처럼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동시에 해방을 위해
벗어던지고 날아가야 할
외피이기도 한다고!
이렇게 보니 작가가
성차별로 인해 억압받았던 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 바디랩핑을 입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답니다!
좀 더 둘러보다 보면 작가의 생애와
패션, 텍스타일을 공부했던 초기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작가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데 큰 영향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2F : SPACE
부허에게 스키닝 행위는
세계와의 인터페이스로서
건축의 피부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 아트선재센터 전시 소개 글 중 -
2층에 들어서자마자 뭔가를 힘겹게 뜯는(?)
하이디 부허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요.
라텍스를 발라 그 위에 덧댄 천(=스키닝)을
뜯어내는 과정을 생생히 담은 영상이더라고요.
건물 외벽을 스키닝한
거대한 작품을 보니,
직접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데요.
건물의 외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공간은 피막, 피부'라는
전시 주제가 확 와닿게 되는 것!
한편으로는 가부장적인 역사에
잠깐 들어간 느낌입니다.
특히, '바닥 피부' 작품은
부허의 조상들이 대대로 살던
집의 마룻 바닥을
스키닝했다고 하는데요.
가부장적 위계성을 탐구하기 위해
집 안의 모든 공간을 스키닝 기법으로
작업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전시 설명에 따르면, 하이디 부허에게
'피부'란 인간의 경험, 감정, 지식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공간이며,
집 전체의 피부를 벗겨낸다는 것은
몇 세대에 걸쳐 살아온 부허 가문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다고 해요.
이렇듯 하이디 부허의 작품들은
가부장으로부터의 '해방'이
가득 담겨 있는 듯했어요.
하이디 부허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무척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다 둘러본 후 1층으로 내려오니
하이디 부허의 작품 세계에
응답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오늘날 젠더 조건과 평등에 관심을 갖고,
여성이 사회에서 받는 제약과
여성의 신체를 이용해 작업한 듯했어요.
이를 알았더라면
조금 더 둘러볼 걸 그랬어요ㅠ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나 연도 등을 알 수 있는
작품 캡션이 없다는 점!
물론, 작품에 대한 정보와
작품 설명을 볼 수 있는
QR코드가 곳곳에 붙어 있는데요.
일일이 QR코드를 찍어
작품 정보와 설명을 읽어야 하니
조금 번거롭더라고요.
관람객들에게 정보제공에 있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진행되니,
여유 있을 때 한 번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