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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Apr 08. 2020

거북이도 암에 걸릴까

지금으로부터 2억 4000만 년 전.

아직 공룡이 출현하기 이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Triassic Period).

도마뱀이나 이구아나 같은 모습의 파충류가 살고 있다.

크기는 불과 20 cm로 치와와의 키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생물은 등딱지는 없지만 거북이와 같이 납작한 갈비뼈와 등딱지의 원시 형태로 추정될 만한 골격을 갖고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동물에게 파포켈리스 로시네 (Pappochelys rosinae)라는 이름을 붙이고 거북의 원시 조상이라고 발표했다.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2019/02/ridiculously-rare-cancer-found-fossil-leg-turtle-triassic-paleontology/

2008년 독일 벨버그 지방에서 맨 처음 발견된 이 화석은 고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거북이의 조상으로 추측되는 새로운 종의 발견이라며 흥분했다. 그리고 이 화석을 분석한 연구결과는 2015년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실리게 된다.

총 20여 개의 조각으로 발견된 이 화석 시료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왔는데, 이곳에서 약 63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독일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는 젊은 고생물학자인 야라 하리디 씨는 2018년 여름 이 화석을 보고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퇴골 화석의 끝 부위에 이상한 형태의 증식 소견을 발견한 것이다.

호기심이 넘치는 그녀는 곧바로 베를린 보건원의 아스바흐 패트릭 방사선학 전문의에게 미세컴퓨터단층 촬영을 의뢰했다. 이 증식성 물질이 무엇인지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일과 미국의 의사와 고생물학 박사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이 대퇴골의 증식 소견을 골막성 골육종암 (Periosteal Osteosarcoma)으로 진단하고 2019년 세계 최고의 종양학 학술지 중에 하나인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JAMA Oncology)에 출판한다.


골육종암은 뼈에서 생기는 악성종양인 암을 뜻한다. 사람에서는 인구 100만 명당 4-5명에서 진단되는 드문 형태의 암이다. 하지만 뼈에 생기기 때문에 그 위험성과 심각성이 크다. 특히, 가장 다발하는 연령대가 10-14세의 청소년기라는 점은 왜, 어떻게 이 뼈암에 발생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의문을 가져다준다. 이 암에 걸린 환자들은 많은 경우 폐나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이루어져서 5년 생존율이 약 27% 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에게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심정적으로도 더욱 큰 고통을 안겨준다. 설령 5년 이후까지 생존을 한다 하더라도 암이 발생한 뼈의 위치에 따라 골격의 형태 이상 및 항암제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장기 아이들의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생존율과 완치율로 설명할 수 없는 큰 고통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다른 부위도 아닌 뼈에서 암이 발생한다는 것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무서움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위의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암이 단지 현시대의 인간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고대 원시 파충류에서도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전문 학술지뿐 아니라 다양한 언론매체들과 블로그에서도 다루어졌다. 다만 화석이라는 한정된 시료를 통해서는 이 원시 거북의 대퇴골에서 발견된 암이 사람에서처럼 폐나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암의 결과로 그 생물이 죽었는지 혹은 멸종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만약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 파포켈리스라는 동물이 거북의 원시 조상이라면, 그리고 정말 골육종암이 발생한 것이 맞다면, 현시대에 존재하는 거북이 또한 암에 걸릴 수 있을까?


2003년경 미국 조지아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 12살 된 암컷 마다가스카르 방사상 거북이 내원했다.

내원 당시 거북은 앞다리의 팔꿈치 관절 부위가 딱딱하게 부어올라 있었고 등딱지 안으로 다리를 집어넣을 수 없는 상태였다.

거북이가 다리를 등딱지 내로 집어넣을 수 없다는 사실은, 한겨울 벌거벗은 인간의 처지와 같이 위험한 상황이다. 거북에게는 그 자체로 생존의 위협을 느낄 위해 요소였고, 반복적으로 다리를 집어넣으려는 시도로 인해 관절 부위의 병변은 오히려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예상한 대로 X-레이 촬영상으로 앞다리 관절의 불완전 탈구 소견이 발견되었다. 처음에 이 병변은 단순 염증 반응으로 추측되었다. 이러한 관절 변형은 세균성 감염에 인해 파충류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엔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를 10일간 투여받았지만 치료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야생동물 의학 전문의 수의사들이 있는 조지아 수의과대학 병원에 의뢰되었다.

정밀 검사 결과 이 병변에서는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검출되지 않았고, 조직병리학적 결과를 토대로 미분화 육종암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이것은 거북 속 (屬, genus)에서 발견된 첫 번째 육종암이며, 이 증례를 통해 우리는 현대의 거북이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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