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바람이 부는 거리를 창으로 한참을 내다보았다
'이 계절에는 이렇게 바람이 부는구나'
서울에서는 바람이 어디서 어디로 부는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무엇을 훑고 지나가는지 알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냄새, 나뭇가지를 훑으며 내는 여러가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원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원한 바람에 머리를 감듯 이파리를 신나게 털어댔고
저녁이 되자 한껏 가벼워진 자태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달을 향해 가지를 뻗었다.
나무도 새로운 계절을 위해, 지나온 무겁고 더운 계절을 덜어내는 중인가보았다.
더함의 계절인 봄과 여름을 지나, 덜어냄의 계절인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