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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04. 2023

봄을 찾고 있어요

남산타워

아빠와 함께 주말마다 산책삼아 오르고 했던 남산.

남산 꼭대기에는 서울의 모든 연인들이 한번씩 들르는 전망대와 전망대 난간을 빼곡히 채운 자물쇠들이 있다.


변치 않는 사랑의 약속과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고백, 친구들끼리의 영원한 우정을 바라는 수많은 글귀들.

그 수많은 사랑과 행복의 외침들 뒤에 가려진 문구를 발견한 건 어느 겨울 일요일 중구의 고층 빌딩을 바라보는 방향에서였다.

눈이 온 다음 날 아침, 세상은 고요하고 하얗기만 했고 따뜻한 차를 사러간 아빠를 기다리며 자물쇠를 살펴보던 나의 눈에 들어온 한 줄의 쓸쓸한 문구.


"봄을 찾고 있어요"


자물쇠도 아닌, 난간에 매직으로 쓴 것같은 초라한 짧은 한 줄은

서로 사랑한다고 영원하자고 소리치는 약속들 속에서 너무나 기죽은 채로 존재하고 있었다.


당신의 봄은 어떻게 생겼나요.

당신은 봄을 지금쯤 찾았을까요.


쇠로 단단히 채워진 약속들보다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 연약한 그 한마디를 내뱉은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서울을 내려다보며 그 글을 썼을까요.

눈이 내린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봄을 찾는 그 글을 읽었던 내 마음은, 아직 피지않은 노란 산수유꽃을 

떠올리고 있었답니다. 

당신의 봄을 찾게 되면, 알려주세요.


눈 온 다음날 아침, 봄을 찾는 또다른 누군가가 순백의 외로움으로 서울을 내려다 보고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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