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
아빠와 함께 주말마다 산책삼아 오르고 했던 남산.
남산 꼭대기에는 서울의 모든 연인들이 한번씩 들르는 전망대와 전망대 난간을 빼곡히 채운 자물쇠들이 있다.
변치 않는 사랑의 약속과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고백, 친구들끼리의 영원한 우정을 바라는 수많은 글귀들.
그 수많은 사랑과 행복의 외침들 뒤에 가려진 문구를 발견한 건 어느 겨울 일요일 중구의 고층 빌딩을 바라보는 방향에서였다.
눈이 온 다음 날 아침, 세상은 고요하고 하얗기만 했고 따뜻한 차를 사러간 아빠를 기다리며 자물쇠를 살펴보던 나의 눈에 들어온 한 줄의 쓸쓸한 문구.
"봄을 찾고 있어요"
자물쇠도 아닌, 난간에 매직으로 쓴 것같은 초라한 짧은 한 줄은
서로 사랑한다고 영원하자고 소리치는 약속들 속에서 너무나 기죽은 채로 존재하고 있었다.
당신의 봄은 어떻게 생겼나요.
당신은 봄을 지금쯤 찾았을까요.
쇠로 단단히 채워진 약속들보다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 연약한 그 한마디를 내뱉은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서울을 내려다보며 그 글을 썼을까요.
눈이 내린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봄을 찾는 그 글을 읽었던 내 마음은, 아직 피지않은 노란 산수유꽃을
떠올리고 있었답니다.
당신의 봄을 찾게 되면, 알려주세요.
눈 온 다음날 아침, 봄을 찾는 또다른 누군가가 순백의 외로움으로 서울을 내려다 보고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