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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진 Aug 01. 2023

사회적경제, 어떻게 이해할까?

수와 지도로 이해하는 사회적경제 1

사회적경제 이해가 어려운 이유


사회적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며칠 전 사회적경제와 지방소멸 관련 포럼에서 발제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인이 자기 집 근처가 포럼 장소라며 찾아가서 들어보겠노라 했다. 이 지인은 사회적경제와 그렇게 멀지 않은 분야인 돌봄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내 발제 순서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혼자 참석할 지인이었기에 어색함을 덜어주고자 포럼이 열리는 회의장 밖에서 서성이며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마칠 겨를도 없이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사회적경제가 뭐야? 너무 어려운 것 같더라." 내 발제 순서임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들려와서 서둘러 지인을 자리에 앉히고 지인의 볼멘 소리에 대꾸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사회적경제 포럼에서 발제하는 필자(Ⓒ최유진)

돌봄은 사회적경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이 분야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일한 내 지인조차 사회적경제를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첫째, 경제가 사회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의 생소함 때문이다. 경제는 공급자(=기업), 소비자(=독자 여러분) 그리고 정부 등 세 가지 유형의 플레이어가 스스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게임의 법칙'같은 것이다. 특히, 우리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시장(the market)'이라 부른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학자들은 이것을 '시장실패'라 부른다.)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경제를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의 법칙으로 규정한다면, '사회적인 게임의 법칙'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래서 사회적경제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둘째, 유형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사회적경제를 설명하는 대부분의 자료에서 사회적경제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그리고 자활기업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네 가지 유형은 각기 관할하는 정부 부처도 다르고, 인증, 등록, 인가 등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인정받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또 예비 사회적기업이란 것도 있다고 하고, 협동조합 중에는 사회적협동조합도 있다고 하니 외워볼까 하다가도 포기하게 된다. 그만큼 대단히 복잡해 보여서(실제로 복잡하다!) 이 분야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셋째, 아직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왜 노력할까? 이 노력의 가장 큰 동기는 바로 '필요성'때문 아닐까. 최근 적지 않은 식당이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무인으로 주문받는다. 물론 키오스크의 사용 방법은 화면을 그대로 따라 하면 어렵지 않지만, 막상 처음 그 앞에 서면 긴장되어 화면이 잘 읽히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한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집중하며 키오스크의 화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그 동기는 멀리 있지 않고, 허기에 있다(또는 빨리 주문하라는 뒷사람의 무언의 압박). 아직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에서 널리 확산하지 않았다. 예비 창업자 정도 되어야 공부의 필요성을 약간 인식할 뿐,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삶이 불편하거나, 이해한다고 편해지지 않는다. 대중화가 되면, 사회적경제로부터 얻는 사회와 개인 편익이 많아질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더 많은 사람과 매체가 사회적경제를 최대한 쉬운 언어와 방식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을까. 지금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말이다.  


그래도 도전해보는 사회적경제 이해하기


추상적으로 이해하기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재화와 서비스는 (영리)기업이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해, '공급자=기업'의 등식이 성립한다. 하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기업에게만 모든 공급을 맡기면, 시장에서 책정된 가격으로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정부와 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s, NPO)도 공공서비스 또는 사회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일정 수준의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한다. 시장에서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돌봄 분야에서 특히 정부와 비영리단체의 공급 필요성이 크다. 요약하면, 현실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는 오른쪽 그림에서와 같이 정부와 비영리단체 그리고 영리기업 등이다. 우리는 정부를 1섹터, 영리기업을 2섹터 그리고 비영리단체를 3섹터로 부른다. 이 영역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에게 단독으로 때로는 협력에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부, 비영리단체, 영리기업의 하이브리드(중첩 또는 중간) 영역에서 재화를 공급하는 조직체(entities)도 왼쪽의 그림과 같이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영역을 사회적경제로 규정한다면, 사회적경제는 정부의 속성과, 비영리단체의 속성 그리고 영리기업의 속성 중 일부를 지니면서도 이들 영역과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영역(Ⓒ최유진)

우선 사회적경제는 영리를 일부분 추구한다(또는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및 비영리단체와는 구별된다. 또 사회적가치(무엇인지는 추후 설명)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 및 영리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기업과는 구별된다.  


사회적경제를 이렇게 이해하는 방식은 주로 OECD가 제시하는 방식이다. 상당히 직관적이지만, 동시에 추상적이어서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독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독자 여러분이 법인을 하나 설립했는데, 100%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100% 자선과 봉사만을 위한 법인도 아닐 경우 즉, 두 가지 특성을 융합하여 추구하는 법인일 경우, OECD는 사회적경제를 하는 기업을 설립한 것으로 간주한다.


조직 유형으로 이해하기


위에서 설명한 추상적인 방식은 일종의 연역적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분명 비영리단체는 아니고, 영리기업도 아니며 당연히 정부 산하 조직이 아니어도 사회적경제로 부를 수 없는 조직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아닌 OECD 국가라면,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충분히 부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조직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림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국가의 허락을 받은 조직체가 활동하는 영역으로 사회적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다시 말해, 일종의 귀납적 방식이다. 개별 조직체를 법률에 따라 사회적경제기업으로 허락하여 이들 조직체가 활약하는 영역의 합을 사회적경제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 장 앞부분에서 사회적경제의 이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를 '유형의 다양함'때문이라고 적은 바 있다. 사회적경제,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큰 난관이 유형의 다양함을 제대로 알고 넘어가는 것이다. 더 쉬운 길이 있으면 좋으련만, 결국 이 유형의 다양함을 이해해야 하는 난제가 독자에게 주어졌다. 어쩌면 잘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필자에게 주어진 것일지도.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영역

이들 조직체의 개별 특징은 다음 장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앞서 쓴 것처럼,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그리고 자활기업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는 것만 이 장에서 알고 넘어가자.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네 가지 기업의 유형이 활약하는 범위의 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교집합이 아니라 합집합이므로 이 그림에서 녹색 음영이 칠해진 모든 부분을 사회적경제로 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및 자활기업은 등장 배경과 목적이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활약하는 범위는 부분적으로 중첩될 수도 있으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립적일 수도 있다.



덧 붙이는 말


필자가 접해 본 사회적경제에 관한 정의 중에 가장 쉽게 다가왔던 정의는 아래와 같다.


돈을 벌기 위하여 빵을 만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기 위하여 빵을 만들면 사회적경제


분명 학술적인 설명은 아니지만, 또 현실의 상황을 오롯이 모두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회적경제의 속성을 정말 잘 표현한 정의라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가 "사실상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이다. 사회적경제는 영리기업과 마찬가지로 재화나 서비스 생산 활동을 동일하게 한다. 위 정의에서 빵을 만드는 행위를 똑같이 하는 것처럼. 다만, 목적이 다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 운영하면, 사회적경제 영역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정의도 우리나라에서는 안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허락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이 중요함을 명심하자. 다음 장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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