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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Sep 08. 2023

7. 걷기

제1장 행복사다리와 행복 연습

어디를 걸을까 고민했다. 차를 버리고 회사에 걸어갔다. 처음에 번화가를 통과했다. 걷기 불편했다. 사람, 차와 신호등이 많았다. 풀과 나무가 없었고 새소리들리지 않았다. 다른 길을 찾았다. 돌아갔다. 사람, 차와 신호등이 적은 한적한 길이었다. 풀과 나무가 있어 새소리도 들렸다. 걷는 길이 넓어 사람과 자전거에 부딪힐 위험이 낮아졌다. 적은 신호등에 기다리는 따분함도 줄었다.


어깨 떨어뜨리고 팔다리 휘저으며 발 뒤꿈치를 땅에 내딛는다.


걷기는 의 행복 연습이다. 누워 지내면 하루에 1%씩 근육이 감소한다고 한다. 걸을 때 숨을 잘 쉬고 피가 잘 돈다. 갈증과 배고픔으로 물과 밥이 맛있다. 피곤해 잘 자며 장운동으로 잘 싼다. 걸을 때 발, 종아리, 무릎, 허벅지, 팔다리, 관절, 폐, 심장, 장, 혈관, 머리 등 몸 전체가 움직인다. 신체 부위가 움직여 뇌를 자극하니 기억력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


걷기는 마음의 행복 연습이다. 걸을 때 의식이 쉰다. 자율신경과 연관된 무의식이 작용한다. 몽유병 환자도 걷고 졸면서도 잘 걸을 수 있다. 초등학교 등하교 시 너무 피곤해 졸면서 걸었다. 넘어지지 않았고, 찻길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걷기를 통해 소화기, 장기, 순환기, 폐 등이 좋아진다. 걷지 못하고 똥과 오줌 못 가리는 환자는 보통 누워서 산다. 걷기를 통해 심장 박동이 너무 예민하게 빨라지고 안정이 잘 안 되는 사람은 강심장이 될 수 있다. 걸으면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여 즐거운 기분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몸을 안 쓰면 잡생각이 많아져 기분도 우울하다.


걷기는 창작 수업이다. 걸을 때 무의식에 잠재해 있던 새로운 발상이 생각으로 떠오른다. 필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다. 시내 출장을 걸어갔다. 새로운 이름들이 떠올랐다. 도시산책, 도시길따라, 누룽지조아, 자연인자, 옥돌조아, 걸음씨, 하지안하도하릴업따 등이었다.


걷기는 청소 시간이다. 걸을 때 생각의 파편들이 정리된다. 안정되지 않을 때나 고민이 있을 때 바로 결정하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회사 주변을 뺑뺑 돌고 오면 다른 시각이 생긴다. 놔두고 바라본 후 결정하면 덜 후회한다.


걷기는 만남이다. 사람, 동물, 식물과 사물을 만난다. 알던 사람은 오랫동안 못 본 친구처럼 반갑다.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지나치면 기분이 좋다. 알 듯한 사람이 따릉이 타고 지나치면 눈으로 혼자 인사했다.


걷기 속에 미술과 음악이 있다. 청명한 날 걷기, 빗 속 걷기, 강변 걷기, 고갯길 걷기, 둘레길 걷기 모두 매력적이다. 자연이 사시사철 그리는 그림이 있고, 연주하는 소리가 있다. 약한 것을 느끼고 듣는 걸 좋아한다. 햇볕의 따사로움을 느끼며 바람과 새소리를 집중해서 듣는다. 비 오는 날 걸으면서 물소리를 듣는다. 물받이 끝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양철 뚜껑에 물 부딪히는 소리, 배수구를 졸졸졸 흐르는 소리, 빗길을 지나가는 바퀴 소리가 좋다.


걷기 속에 춤과 체육이 있다. 발걸음과 팔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걷기는 시간과 공간을 늘린다. 출근하는 50분 동안 날마다 미묘하게 달라진 시공간을 통과한다.


걷기 속에 소설다. 공간은 나에게 말을 건다. 법원, 도서관, 터미널, 아파트, 화단 등에서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가 상상을 자극한다. 걸으면 무의식이 활성화되어 나를 가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이 샘솟는다.


걷기 속에 의학이 있다. 걸을 때 순환계의 문제인 뇌졸중, 치매, 고혈압, 당뇨, 고지질 혈증, 동맥경화, 두통 등 만성질환에 좋다. 만성질환은 오랜 시간 누적되어 발생한 생활 습관병이다. 걷기 등 생활 습관을 들여 그 이상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낫는다. 걷기는 중력에 견디는 운동으로 골 밀도가 증가한다. 햇볕을 받아 칼슘이 잘 흡수되며 뼈가 튼튼해진다. 전후 좌우 불균형 시 요통이 발생하는데 걸을 때 허리가 펴져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걷다 횡단보도를 만나 걷는 즐거움이 중단되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가만히 서 있는 지루함을 눈 깜박임 운동으로 잊을 수 있었다. 요즘 가까운 곳은 안경 벗어야, 먼 곳은 안경 써야 잘 보인다. 안경을 쓰나 안 쓰나 불편하므로 안경을 벗고 생활하고 있다. 눈 깜박이는 운동으로 눈에 휴식을 준다. 안구 건조증을 예방하고, 수정체 탄력 회복을 통해 노안 시력이 좋아지는지 실험하고 있다. 몇 달 지난 결과 시력은 안 좋아졌다.


걷는 게 불편한 사람은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다리가 건강해야 장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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